Media 306

치밀한 전개로 결말이 궁금한 미스터리 - N을 위하여

:: N을 위하여 | 미나토 가나에 | 김난주 | 재인 이후에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을 챙겨보게 된다. 그 소설은 당시 읽었던 어떤 소설들 보다도 대단한 소설이었으니까. 심지어 영화마저도 대단해서(소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뇌리에 딱 박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후의 소설들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들이 없었다. 문체나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이 대단했던 건 그런 쪽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소설은 바로 그런 점에서 과 닮아있다. 사건을 미리 알려주고, 각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의 상황을 차례차례 알려준다. 치밀하게 짜여진 소설. 오랜만에 두근두근하며 글을 읽어나갔다. 대기업의 주목 받는 간부와 젊은 부인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네 명의 남녀(공교롭게도 모두 이니셜이 N이다). 그중의 한 명이 범인으로 ..

Media/Books 2013.09.06

정성을 다해 가다듬었을 것이 분명한,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과 은유들이 가득 - 나비의 무게

:: 나비의 무게 | 에리 데 루카 | 윤병언 | 문예중앙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것 같아서 집어 들었다. 작년에 잔뜩 주문하고는 한동안 전혀 읽을 수 없어서 방치해둔 책들. 금방 읽을 수 있을만한 두께라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태리 작가가 처음이라 집어 들었다. 국내 작가와 일본 작가의 소설만을 읽다가 오랜만에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아마 주문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 때 읽겠다는 계획 비슷한 것이 있었겠지. 책날개의 설명을 보니 에리 데 루카는 이태리의 국민 작가라고 한다. 처음 읽는 이태리의 작가, 역시 시작은 국민 작가부터인가. 두 산양왕의 이야기다. 한 산양왕은 산양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태어났지만 타고난 지혜와 육체로 순식간에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고, 이제 삶의 무게를 짊어..

Media/Books 2013.09.05

전혀 SF같지 않은 SF - 은닉

:: 은닉 | 배명훈 | 북하우스 전작 중의 하나인 도 그랬고, SF라는 소개글을 달고 나오기는 하는데, 딱히 SF 소설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하고 싶은 얘기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장치로 SF라는 장르를 빌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외계인이나 우주선이 나오지도 않고, 엄청난 특수 장비들에 대한 복잡한 설명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남쪽이니 북쪽이니 하는 단어가 어딘지 모르게 정치적으로 들려 약간의 거부감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빠르게 이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꽤 재미있다. 굳이 체코가 배경인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시작은 작가의 체코 여행이었다는 걸 봐서는 머릿속에 그려둔 어떤 이미지를 구체화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빅데이터..

Media/Books 2013.09.04

오가와 요코의 잔잔한 단편집 그리고 인터뷰 - 바다

:: 바다 | 오가와 요코 | 권영주 | 현대문학 오가와 요코라고 하면 누군지 모를 수도 있을테니, 그녀의 대표작을 하나 같이 언급하자면 .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꽤나 좋은 평을 들었던 소설이고 영화였으니 기억이 나는 분들도 있을 듯. 최근에 읽었던 에서도 그랬듯 이번 단편집에서도 역시나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고, 천천히 빠져드는 이야기를 풀어 낸다. 단편이다보니 호흡이 꽤 빠른데도 충분히 빠져들만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몇몇 엽편소설에서는 너무 짧아서인지 느낌이 충분하지 않긴 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표제작이기도 한 . 혹등고래의 부레로 만들었다는 악기와 바다의 바람으로 연주하는 소리를 상상하게 된다. 는 '애로소설'을 의뢰받고 썼다는데 풀어내는 방식이 재밌고 기발하다고 말할..

Media/Books 2013.09.03

있는 힘껏 악셀을 밟다가 뒷통수를 때리는 급 브레이크 - 살인자의 기억법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 문학동네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하나인 김영하의 작품이니까 주문. 받아 들었더니 그리 두껍지 않은 두께. 아멜리 노통의 을 떠올리는 제목. 어떤 소설일까? 펼쳐보니 알츠하이머에 걸린 살인자의 독백. 수많은 연쇄 살인을 저지르고 잡히지 않은 살인자. 이젠 공소시효도 모두 지났고, 성인이 된 딸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잃어 가고 있다. 자신의 기억을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그는 메모와 녹음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을 유지하려 하지만 쉽지 않은 일. 그리고 그의 딸에게 위험이 닥쳐오는 걸 느끼지만... 이런 상투적인 말줄임표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소설이랄까. 어쨌든 활자의 수가 많지 않기도 하고, 대단히 읽기 편하게 쓰여 있기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읽을 ..

Media/Books 2013.09.02

스릴러? 그건 모르겠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 - 소문의 여자

:: 소문의 여자 | 오쿠다 히데오 | 양윤옥 | 오후세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었기 때문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할 예정이었지만, 더욱 기대하게 만든 건 '오쿠다 히데오 최초의 스릴러'라는 광고 문구였다. 헌데 읽고 보니 별로 '스릴러'는 아니다. 여러 명의 등장 인물들이 죽어 나가긴 하지만... 역시 오쿠다 히데오는 일상 주변의 사소한 것들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다.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 아주 소소한 얘기들이 흘러간다. 점점 규모(?)가 커지긴 하지만. 단편이라면 단편일 수도 있는 얘기들, 심지어 서로 상관이 없어도 될 것 같은 얘기들(하지만 얘기들은 서로 아주 큰 연결을 가지고 있다)을,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풀어내는 덕분에 쉽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엔 살짝 기대했다. 어떻게 마무리..

Media/Books 2013.08.29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억관 | 민음사 책을 꺼내 읽은 것도, 하루키의 장편을 읽은 것도 오랜만이다. 길고 길었던 '책을 못 읽는 시기'를 끝내기 위해 하루키의 신작을 집어든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그리고 그 의도는 명쾌하게 적중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빨강(あか, 赤), 파랑(あお, 青), 검정(くろ, 黒), 하양(しろ, 白)의 친구들 사이에서 색채가 없는 쓰쿠루(つくる, 作る) - 그의 이름이 형용사가 아닌 동사라는 것도 다분히 의도적이지 않을까 - 가 이유를 모른 채 쫓겨나고, 민트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연상의 여자 친구를 만나면서 덮어 두었던 과거의 일을 되짚으며 자신을 되찾는 순례의 길에 대한 이야기. 두 개의 시간에서 ..

Media/Books 2013.08.26

최근 본 일드 정리

길고 긴 연휴 동안 이런저런 드라마 시청. 아무래도 각각의 포스팅은 하지 않을 듯 하니, 간단하게 라도 정리. 페북에도 올려놨는데, 블로그에는 조금 더 길게 써볼까나. :: GTO 스페셜 (단편) 그레이트 티쳐 오니즈카. 드라마 끝나고 나서 한 편짜리 특별편. 전형적인 GTO의 학원물 전개. 사라졌던 오니즈카 선생이 나타나고, 학생들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기고, '정직하게 직구를 던지면' 문제가 해결되는 얘기. 뭐 이런 드라마는 그 '전형적인' 맛에 보는 거니까. 내가 기억하던 오니즈카 역의 배우가 아니어서 의아한데, 슬쩍 찾아보니 최근에 리메이크 한 듯. '뭐 이렇게 생긴 애가 다 있지?' 싶었지만, 보다 보니까 '딱 얘구나!' 싶은 배우. :: 기묘한 이야기 2012 가을 특별편 (단편) 기묘한 이야..

Media/Movie, Drama 2013.01.01

말 그대로 잔잔한 수필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무라카미 하루키 | 권남희 | 오하시 아유미 | 비채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 (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제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를 기조로 에세이를 쓴다는 하루키의 에세이. 그래서 그런지 참으로, 한없이 가볍다. 글의 '무게'라는 것이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으니 '가볍다'는 표현을 써도 될런지는 모르겠는데, '특별한 배경 지식 없이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크게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 글이라는 점에서 가볍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일본의 ..

Media/Books 2012.08.28

화려한 그의 귀환이라고 칭찬이 자자한 - 위풍당당

:: 위풍당당 | 성석제 | 문학동네 여기저기 난리다. '이 시대의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그'가 화려하게 돌아왔다고. 광고를 보자마자 사고 싶었고, 후딱 선물 받았고(읭?), 바로 펼쳤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 소설은 참 좋았는데, 개인적인 다양한 이유들로 너무 질질 끌면서 읽었다. 겨우 책 한 권을 읽는데 자그마치 세 달... 그랬더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이어지기는 커녕 이름마저도 헷갈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산골 마을에 모여 사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그리고 검은 세계에 몸을 담고 있는, 가족이 아니지만 가족인 이들. 이 두 가족의 대결은 정말이지 입담 걸죽하게, 재미나게 읽힌다. 헌데 마지막에 뜬금없는 기계군단(?)에 대한 일갈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전반을 ..

Media/Books 2012.08.20

잔잔하고, 세심하고, 훌쩍 떠나고 싶은 - 하와이언 레시피

:: 하와이언 레시피 (ホノカアボーイ, Honokaa Boy, 2009)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나는 광복절에 일본 영화를 보고 일본 소설을 읽었어;;; 생각 없는 청춘이여... 어쨌거나 아오이 유우가 나온다길래 봤더니 아오이 유우는 잠깐 나오다가 말고(심지어 클로즈 업도 없어!), 생각지도 못했던 후카츠 에리도 잠깐 나오고(그러니까 둘 다 '카메오'라는 걸 명시해달라고!), 결국 '사랑에는 벽이 없다'는 것이 영화의 주제. 부제는 '늙었다고 못하는 것은 없다'. (주제와 부제는 결국 레오와 코이치 할아버지의 대화에서 다 나오네) 아니아니, 그렇다고 영화가 싫었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좋았던 영화.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이어서 어리둥절했을 뿐. 실제로 다양한 음식이 영화에 나오지는 않..

Media/Movie, Drama 2012.08.16 (4)

귀엽고, 소박하고, 평범해서 그리운(?) - 바나나 키친

:: 바나나 키친 | 요시모토 바나나 | 김난주 | 민음사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은 오랜만이네. 그녀가 쓴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서 인가 보다. 일본 요리를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싫어할 이유도 없어서 자주 먹는 편인데,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먹는 일본 요리라는 게 뻔해서, 그녀가 얘기하는 음식의 맛이나 모양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 것은 '음식' 자체에 대한 얘기 보다는 준비하는 마음, 먹는 분위기... 뭐 그런 것들에 대한 얘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글들이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었고(그래서 자려고 누웠다가 다 읽었고, 잠이 아직 오지 않아서 포스팅까지 남길 수 있었으니) 그렇게 빨리, 쉽게 읽은 것에 비하면 아련~하게 남..

Media/Books 201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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