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Books 125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읽은 -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 이사카 코타로 | 인단비 | 황매 이사카 코타로의 글을 읽을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장면들을 담담하지만 적절하게 세부적으로 묘사하면서 분위기를 만든다. 그 결과 일상의 장면은 소설이 되고, 영화가 되고, 특별해진다. 특히나 이 소설은 - 어찌보면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닌 -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교차로 서술하는데, 덕분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현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들의 원인은 과거의 사건이 진행되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세히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고, 그러면 소설에 대한 긴장감이 확 떨어질테니 더 이상의 얘기는 생략하지만,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건이 소설을 읽으면서 커다란 사건으로 느껴지는 걸 보면, 각..

Media/Books 2011.10.07

이런 모습이 있는 작가였던가? - 소년을 위로해줘

::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 문학동네 작가의 첫 산문집인 을 읽고 말랑말랑해진 상태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결국 두 권의 책은 동시에 쓴 것과 마찬가지니까 같은 시간을 느끼고 싶었다고 하면 내 기분을 제대로 표현한 걸까. 소설을 읽고 난 지금. 또 부산 여행을 계획한 것을 보면 비슷한 곳을 다시 찔렸나보다. 좋아하는 작가다. 은희경. 그간 출간한 책을 거의 다 읽었고(혹시 놓친 게 있을지 모르니 '거의'라고 해두자), 여자라고 티내지 않는, 꼼꼼하고 이성적인 묘사들(이 말은 맞는지 정말 모르겠지만;;)이 좋았다. 헌데 지난 번 산문집과 이번 소설을 읽고 나니 '어라?' 싶다. 이렇게 감수성이 뚝뚝 넘치는 촉촉한 작가였던가? 싶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너무나 몰입해버렸다. 책을 아껴 읽고 싶었다...

Media/Books 2011.09.29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조금 따뜻해지는 - 펭귄 하이웨이

:: 펭귄 하이웨이 | 모리미 토미히코 | 서혜영 | 작가정신 일본 SF 대상 수상작. 어라? 그럼 이 소설이 SF 소설이란 말인가? 난 아무리 읽어도 그저 판타지 소설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SF 소설과 판타지 소설의 차이는 뭐지? 역자 후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의 작가 아서 클라크는 SF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는데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판타지란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루지만 우리는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설명하며 SF와 판타지를 구분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둘 다에 해당한다. 음? 그런가? 잘 모르겠다. 정말 이 소설이 Science Fiction인가? 별로 깊게 생각은 안 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그리고 별로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묘한..

Media/Books 2011.09.10 (2)

좋아하는 작가의 말랑말랑한(?) '첫' 산문집 - 생각의 일요일들

:: 생각의 일요일들 | 은희경 | 달 은희경 작가를 좋아하기 시작한 건 부터다. 군에 있을 때, 정훈실에 있던 책장.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를 책들 사이에 그 소설이 있었다. 마침 시간이 아주 많을 때였고(군생활이 좀 많이 널널했다), 뭔가를 읽고 싶었고,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소설이 재미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하게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이후 연속해서 읽은(같은 책장에 꽂혀있던) 이상 문학상 수상집들이 재미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 다시 책읽기 아니 정확하게 소설읽기에 빠져들었다. 뭔가 '시작 지점'이라는 이유도 없진 않았겠지만, 이 너무 좋은 느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매번 사서 읽었고, '좋아하는 작가'라는 호칭(?)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첫..

Media/Books 2011.08.31

몇 번이고 다시 볼 것 같은, 소설 같은 만화 - 아스테리오스 폴립

:: 아스테리오스 폴립 | 데이비드 마추켈리 | 박중서 | 미메시스 이틀 전 밤 침대에 앉아 반 권, 어제 밤 침대에 앉아 반 권. 역시 만화라는 형식은 참으로 읽기가 편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만화'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다른 뭔가가 있다. 그래서 영어로는 코믹스나 카툰이 아니라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에 속한다(그러고보니 우리 말로는 모두 다 '만화'다). ■ 2011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수상 ■ 2010년 아이스너상 , , 수상 ■ 2010년 하비상 , , 수상 ■ 2010년 LA 타임스 문학상 수상 ■ 2010년 ACBD 수상 ■ 2010년 그래픽 노블 리포터 선정 ■ 2009년 아마존 선정 ■ 2009년 반스앤노블 선정 , ■ 2009년 NPR 선정 , ■ 2009년 AV 클럽 선정 ..

Media/Books 2011.08.25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 은행나무 참 단순한 이유였다. 이 너무 재밌어서, 읽던 도중에 작가의 다른 소설을 주문해 버린 것이다. 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을 다시 언급하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것은 일지 모르겠지만, 다 읽고나면 역시 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자, 어쨌거나 이번에 읽은 책은 정신 병동에 갖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비정상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가지고 있는(그렇게 비춰지는) 사람들. '사실은 그들이 정상이고 우리가 비정상'이라는 식의 뻔한 얘기는 아니다. 작가의 간호사 시절 경험과 정신 병동에서의 봉사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건들을 세밀하게, 밀도있게 보여준다. 도입부에서 크게 집중할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조금만 참으면 작가 특유의 빠르고, 치밀하고, 대담..

Media/Books 2011.08.22 (2)

자기계발서는 절대 읽지 않지만, 우연히 읽게 된 : 사장의 본심

:: 사장의 본심 | 윤용인 | 알키 난 도통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는다. 안 그래도 남한테 잔소리 듣는 거 싫어하는데, 책으로까지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서다. 특히나 번역 서적들은 더욱 그렇다. 도통 감성적으로 통하는 게 없으니 공감도 안 된다. 여튼, 회사 인트라넷에서 이벤트를 하길래 아무런 생각없이 응모했다가, 덜커덕! 당첨이 되어서 받은 책. 제목 참 자극적이다. 사장의 본심이라니. 우선 책 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를 보니 살짝 흥미가 생기긴 한다. 딴지관광청 출신이라, 최소한 글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기대. 실제로 글은 재미있다. 센스가 느껴지는 어조로, 조심스럽게(저자는 혹시 A형이 아닐까?),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결국 사장도 사람이다'라는 얘기를 풀어 놓는다. 그렇다..

Media/Books 2011.08.17

골든 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 골든 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 김소영 |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떠오른 소설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 거대한 권력과 작은 개인의 싸움 같은 것. 평범한 개인이 갑작스럽게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것. 뭐 그런 부분들이 좀 닮아있을 것 같았달까.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이 소설에는 같은 진중함은 없다. 그렇다고 유머러스한 가벼움이 가득한 것도 아니다.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의 운명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야기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함께 그려지기 때문에 마냥 무겁거니 진지할 시간이 없다. 사건 속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는 방법도 탁월하다. 1부와 2부에서는 사건의 시작과 그것을 바라보는 주변인들..

Media/Books 2011.08.05 (4)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이하우스 | 김진아 | 북로드 제목에 혹해서 구입한 책. 정말 동화 속의 '백설공주'와 연관이 있는, 현대판의 잔혹동화와 비슷한 추리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 상관없이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은' 여학생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자신의 이익과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위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물 중의 하나라서 그런지 크게 사건과 상관없어 보이는 상황 설명이 굉장히 많고, 범인이나 용의자 외에 형사들의 캐릭터를 보여주거나 그들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데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아주 두툼한 책의 두께는 저자가 정말 '할 말이..

Media/Books 2011.07.24

도쿄섬 - 기리노 나쓰오

:: 도쿄섬 | 기리노 나쓰오 | 김수영 | 황금가지 일본의 남쪽 바다 위 어딘가. 무인도에 표류한 부부. 구조하러 온 배인 줄 알았으나 또 한 척의 표류선. 거기에 또 한 번 더, 한 번 더. 작은 무인도를 도쿄라고 부르고, 오다이바 등의 지명을 붙이고, 무인도에서 적응해 스스로의 사회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뭔가 뻔한 설정 같으면서도 작가의 상상력에 따라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 '고립된 사회'라는 설정. 책의 날개에 적혀있는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각종 수상 경력에 비해서는 뭔가 부족하다. 각종 묘사라던가 상황을 끌어가는 필력은 결코 허술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책을 덮은 뒤의 느낌은... 글쎄... 스토리 전개에 '우연'의 개입이 잦은 편이고, 주인공이 중년의 여자라는 점(작가도 ..

Media/Books 2011.07.15

환상도서관 - 조란 지브코비치

:: 환상도서관 | 조란 지브코비치 | 김지원 | 북폴리오 주문한 이유는 딱 하나.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 탁월한 기량을 보여, 보르헤스를 잇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이라는 작가 소개 때문이었다.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의 글을 읽는 기분을, 오랜만에 다른 작가의 단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나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모르겠다. 보르헤스의 느낌까지는 아닌데,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세계를 탁월하게 만들어 내기는 한다. 단, 단편이라 뭔가 느껴질만하면 얘기가 끝나버린다. 장편을 읽고 나서야 '보르헤스를 잇는' 작가인지 평을 할 수 있을 듯. 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보르헤스의 글도 별로 많이 읽어보진 않았다. 어쨌거나 보르헤스 조금, 마르케스 조금, 사라마구 조금,..

Media/Books 2011.07.04 (2)

맛 - 로알드 달

:: 맛 | 로알드 달 | 정영목 | 강 로알드 달이 누군지는 책을 사고 나서 알았다. 의 원작자.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작가. 이라는 책은 단편집이고 그 중 '맛'이라는 작품은 와인의 맛을 알아 맞추는 내기에 관한 소설이라는 것(이 소설이 내가 이 책을 산 이유이기도). 작가의 소개를 읽으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오 헨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살짝했다. '맛'을 포함해 총 1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내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특히 가장 처음 소개된 '목사의 기쁨'은 무릎을 탁 칠만큼 재밌었고, 기대했던 '맛'은 역시나 명작.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또한 통쾌했다. '손님'의 묘사력도 놀랍고, '하늘로 가는..

Media/Books 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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