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Books 125

똑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블랙 코미디 -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 마르텡 파주 | 용경식 | 열림원 오랜만의 프랑스 소설. 단순하게 제목만으로 선택한 책. 어쩌면 작가가 나랑 동갑인 것도 선택에 쬐끔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다. 현학적으로 수다스러운(최소한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는) 프랑스 소설이 그 '모습'을 변화하지 않고도 이렇게 재밌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아마 글의 주제와 화자의 성격이 절묘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지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에, 그러니까 엄청 '지성인'인 주인공이 바로 그 '지성'이 '병'이라는 생각을 하고, 결국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바보'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엄청 비현실적이고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이면서도, 사실은 대단히 현실적인 전개.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

Media/Books 2012.02.06

잘 안 맞는 옷 입은 것 같은 불편함 -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 에쿠니 가오리, 모리 에토,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 임희선 | 시드페이퍼 | 2011 나오키 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단편 모음. 그리고 주제(소재)는 맛있는 음식들. 특별히 주저할만한 이유가 없어서 바로 주문한 책인데, 막상 읽어보니 좀 실망스럽다. 모두 일본 작가들인데 소설의 배경은 유럽(프랑스, 포루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지방 그것도 완전히 외진 시골이고, 등장 인물들은 철저하게 그 지방의 사람들. 모두들 유명 작가들이고, 상도 받을 정도로 인정 받은 사람들이다보니 당연하게도(?) 글은 잘 흘러간다. 얘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고, 묘사도 좋다. 아, 하지만 뭔가 어색한 기분이다. 특히나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가 대단히 토속적인 것들이기 때문에 더욱..

Media/Books 2012.01.30 (2)

말 그대로 잡다한 글의 모음이지만, 덕분에 좀더 그를 알게 된 듯한 기분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 이영미 | 비채 일단 하루키의 책이니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했다. 읽어보니 정말 말 그대로 잡문들의 모음. 잡지에 기고한 인사말, 수상소감, 여기저기 기고했던 재즈나 사람에 관한 글들. 그리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내는 책의 소개문, 번역서에 실은 역자의 말 등등 하루키가 '소설' 외의 방법으로 어딘가에 실었거나 또는 아예 미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책. 옴진리교에 대한 글들이나 예루살렘상의 수상 소감문 같은 것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사회상과 소설의 역할 같은 것이 진하게 묻어 나오고, 주위 사람들에 대한 글이나 그들의 인터뷰에서는 일상 생활에서의 하루키가 진하게 풍긴다. 딱 그만큼의 책이다.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지만 결국 소설가 하루키를 소설이 아닌 ..

Media/Books 2012.01.20

다 읽어버릴까봐 아쉬워하며, 그리움을 키웠던...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한창훈 | 문학동네 친한 친구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나는 참 바다를 좋아한다. 특히 섬을 좋아하는데, 휴가 계획을 짤 때 여건이 닿는 한 가보지 않았던 섬을 방문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거의 '소설만을' 읽는 나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이 책의 광고를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제목마저도 딱!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 저자인 한창훈 작가는 거문도에서 태어나 오래도록 바다가 인생 그 자체였던 소설가다. 지금은, 아니 집필 당시에는 (솔직히 지금은 어디에 계신지 당연히 모른다) 거문도에서 낚시를 하면서 집필활동을 하셨었나보다. 모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묶어낸 이 책은 비린내가 풀풀 풍길 정도로 바다의 이야기만 담겨있다. 또한 모아놓은 글들은 정약전..

Media/Books 2012.01.10

평범한 음식들에 대한 현란한 수사 - 맛

:: 맛 | 뮈리엘 바르베리 | 홍서연 | 민음사 이 책을 카트에 담은 이유는 작가가 쓴 이 기억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현학적인 프랑스 소설의 수사법(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지는 글들이 많다)들과는 다른 느낌을 줬던 소설로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최고의 음식 비평가가 죽기 직전에 먹고 싶은 궁극의 음식'을 찾는다는 줄거리가 흥미를 끌었다. 나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써 말이다. 어찌보면 그 설정이 일본 만화인 과 닮아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달까?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생각과는 다르게 현란한 프랑스 소설식(물론 내 생각에 말이다) 수사법이 그득했다. 특히 다양한 음식을 묘사할 때 엄청난 수사들이 동원되는데, 왜일까, 바로 이해할수는 없었으면서도 싫지만은 않았다. 중간중간 내가..

Media/Books 2012.01.09

시대극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대작이! - 외딴집

:: 외딴집 | 미야베 미유키 | 북스피어 | 김소연 시대극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그냥 취향이 아니다. 드라마도 영화도 심지어 소설이나 만화도. 시대극은 잘 찾아보지 않는다. (그러고보면 초중교 시절 무협지는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지난 달 책을 잔뜩 주문하면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읽어 보고 싶었다.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궁금했다고나 할까. 그 중 '외딴집'이라는 제목에,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음이 끌려서 자그마치 상/하 두 권으로 나뉜 두툼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주문했다. 그때는 전혀 몰랐다. 이 소설이 시대극이라는 사실을. 아, 심지어 일본의 시대극이다. 우리 나라의 시대극도 제대로 안 보는 내가, 아무런 지식의 배경이 없는 일본의 시대극. 각종 지위와 직책에 대한 이름이 모두 일본어로 나열되..

Media/Books 2011.12.19

연말이 지나기 전의 의무감 같은 것? - 2011 이상문학상 수상집 : 맨발로 글목을 돌다

:: 2011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맨발로 글목을 돌다 | 공지영외 | 문학사상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은 매년 초에 발표된다. 그러니 이 책은 약 일년이나 묵은 책이라는 얘기. 조만간 2012 작품집이 나올 텐데 아직 올해의 작품집을 읽지 못했다는 조급함으로 집어 들었다. 그랬더니 수상 작가가 공지영. 흐음...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 책을 덮은 지금 빠르게 되짚어 보면 기억에 남는 작품은 수상작보다도 수상작가의 자선 대표작인 와 , 의 작가인 김언수의 정도. 권미에 수록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읽다보니, '아, 내가 참 통속적인 사람이구나' 싶어서 새삼 다행스럽고 안심하고 그랬다. 어쨌건 그간 그다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었던 그녀가 '글목'을 돌아 과연 어떤 글을 다음에 보여줄 지, 조금은 선입견..

Media/Books 2011.12.05

잔잔하게 그려지는 풍경 같은 소설 - 7월 24일 거리

:: 7월 24일 거리 | 요시다 슈이치 | 김난주 | 재인 참 얇다.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집어든 이유였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고, 머리가 복잡해지기 싫어서 얇은 책을 골랐다.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너무 얇아서 금세 다 읽어 버렸다. 얇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요시다 슈이치가 원래 그렇듯, 또 김난주씨의 번역이 그렇듯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듯이 읽어버렸다. 포루투갈 리스본에 있다는 7월 24일 거리(Avenida 24 de Julho).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항구 마을을 리스본으로 대치(代置)하여 거리며 건물 심지어 정류장까지 모두 리스본에 있는 것들의 이름을 붙여두고 살아가는 혼다. 그리고 그의 회사, 고교 동창생,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그가 들고 있던 책은 에메랄드빛 표..

Media/Books 2011.11.24

한 편의 시원한 액션 영화 - 한밤중에 행진

:: 한밤중에 행진 | 오쿠다 히데오 | 양억관 | 재인 오랜만에 오쿠다 히데오. 역시나 시원시원하다. 혹자는 무게감이 없다고 하지만 무게? 진지함?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있는 것도 좋고, 없는 건 없는대로 좋고. 어쨌거나 그간 읽었던 그의 소설들보다 훨씬 스토리와 '장면'에 집중하는 소설이다. 한 편의 액션 영화를 보는 기분. 아주 빠르게,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뒤끝도 깔끔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키리바시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졌다.

Media/Books 2011.11.17

도대체 지하철에서 몇 번이나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던 건지... - 두근두근 내 인생

:: 두근두근 내 인생 | 김애란 | 창비 주위에서 너무 평이 좋으면 오히려 안 읽게 된다. 하지만 이건 어째서인지 손이 갔고, 읽었고, 좋았다. 가끔은 간질거리지만 풍부하고 부드러운 표현들이 넘치고, 담담하게 말하려 하는 덕에 슬픈 공기가 가득차 있지만 가벼운 웃음을 지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뻔할 것 같던 '불치병에 걸린 소년의 이야기'는 멋진 반전으로 '나 이런 이야기야!'하고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좋다. 읽고 싶은 젊은 작가들이 많아진다는 것. 김애란. 잘 기억해두고 다음 작품들을 기다려야겠다. 그나저나 '올해의 소설'은 후보가 너무 많은데 이거.

Media/Books 2011.11.07

생각보단 지루했지만 마지막 장면만은 일품 - 유정천 가족

:: 유정천 가족 | 모리미 토미히코 | 권일영 | 작가정신 최근 읽었던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들이 너무 맘에 들어서 또 한 권. 하지만 이번엔 조금 실망. 책의 두께가 두꺼웠던 것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그의 소설들에서 '배경'이 될만한 설정들이 엄청나게 등장하고, 거기에 대한 설명들도 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건들의 연속보다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느낌. 하지만 마지막 씬은 박진감 넘쳤다. 그래서 책을 덮으면서는 '역시!'하는 기분이 들 정도. 찬찬히 곱씹어보면 좀 지루한 책이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를 읽고 나서는 그의 책을 연속으로 모두 읽어버리고 싶었지만, 이렇게 한 권이 태클을 걸어주니 다른 종류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분명한 건, 마음에 드는 작가..

Media/Books 2011.10.26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토미히코 | 서혜영 | 작가정신 지난 번 읽었던 의 느낌이 좋았고, 라는 제목의 뉘앙스도 좋아서(단지 '아가씨'가 좋았을지도) 골라 집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 각각의 에피소드로 나눠진 것 같은 4개의 장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걸친 얘기가 이어진다. 어리숙하고, 순수하고, 술을 좋아하고, 아주 잘 마시고, 매력적인 아가씨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클럽(아마도 동아리?) 선배의 이야기. 을 읽고 나서는 '이게 왜 판타지지?'라고 했는데, 을 읽고 나니 '이건 판타지다!' 싶다. 너무나 동양적 아니 일본적인 판타지. 게다가 배경이 교토(방문한 적은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교토는 그렇다)라서 더더욱 선명하게 장면들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사..

Media/Books 2011.10.12 (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