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버스 안에서

zzoos 2008. 7. 14.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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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있던 어린 여가수의 발랄한 음악 때문은 아니었다. 잔액이 부족하다는 녹음된 음성을 듣고 지갑에서 주섬주섬 지폐를 꺼내던 유난히 검은 피부의 후줄근한 양복 차림의 아저씨 때문도 아니었다. 창 밖으로 지나가는 여기가 정말 서울일까 싶은 전원의 풍경 때문도 아니었다. 퇴근 시간인데도 유난히 텅 빈 버스 안의 조용한 풍경 때문도 아니었다.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해 허한 배 때문도 아니었다. 하루 종일 정신없이 바빴던 일이나 학원 시간 때문에 다 정리하지 못하고 남겨둔 일 때문도 아니었다.

왜 그랬을까?

왼쪽 가슴 한쪽에 갑자기 구멍이 뚫리고, 식도 넘어 위장의 저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컥 눈물이 샘솟아 올랐던 것은. 버스 안에서 창 밖의 먼 곳을 바라보며 쓸어 내려야 했던 그 기분은 무엇이었을까. 조증 끝에 찾아온 오랜만의 울증일 뿐이었을까.

가슴을 쓸어내리고, 조그만 기계에 지갑을 가져다 대고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공식에 맞춰 클러치와 브레이크 가끔은 엑셀을 밟으며 핸들을 돌리던 두 시간이 모두 흐를 때까지. 해가 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해 늦은 저녁을 먹을 때까지. 두 캔의 맥주를 식도 넘어 위장의 저 깊숙한 곳으로 천천히 비울 때까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찾아온 울증이겠지. 요즘 너무 정신없이 즐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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