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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이

zzoos 2008. 4. 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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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이 | 듀나(Djuna) | 북스피어

듀나.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이름을 처음 들은(본) 것은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있는 잡지 '이매진'의 1996년 9월호였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걸 기억하는 이유는 거기에 '나비 전쟁'이라는 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고 그 소설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쓴이는 '듀나 일당'이라고 되어 있었고요.

그리고 그 소설은 (구해서 읽어보지 않았지만) [나비 전쟁]이라는 공동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2002년에 나왔던 그(녀?)의 소설집 [태평양 횡단 특급]도 사서 읽었었죠. 모든 건 '나비 전쟁'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듀나의 글 중에 그것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게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아직 [대리전]을 읽지 않았으니 가능성이 없진 않겠죠. 그리고 [태평양...]에 실린 '무궁동'도 못지않게 마음에 들었던 글입니다). 짧은 글이었지만, 저에게는 너무 강렬했거든요.

어쨌거나 [용의 이]는 굉장히 오랜만에 읽은 '장르 소설'입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추리소설이라던가 SF소설 같은 '장르 소설'을 별로 읽는 편이 아닌 것 같네요. 중, 고등학교 다닐 땐 무협소설을 엄청 읽긴 했었는데 말이죠. 책 말미에 정성일씨가 독후감(?)을 써주셨느데요, 거기서 그는 '동네 SF'라는 얘기를 합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만 같은 판타지라는 어감이예요. 동감합니다. 듀나는 우주선이 날아다니고 복잡한 과학 용어가 등장하는 SF보다는 훨씬 피부에 와닿는 SF를 쓰는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용의 이]는 제 마음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그 배경에 깔려있는 '세상을 바라보는 어두운 시선' 또는 '삐딱한 시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다 무너지고 어린 소녀만 살아남는 설정 또는 결론들도 음침하기만 하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대단합니다. 최근 책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밤잠을 쪼개가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으니까요. 그런 힘은 매우 부럽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않았다는 말이 재미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끌어가는 힘과 재미는 어느 정도 상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테니까요.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생각은 듭니다. 항상 읽던 책과 다른 것으로 분위기 전환을 해보시려는 분에게는 추천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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