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일주 : 36일 차 - 다시 목포로

zzoos 2019. 1.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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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주 여행을 별로 다니지 않았었기 때문일까? 제주의 매력(아, 이런 식상한 표현이라니)에 뒤늦게 빠져버려서 계획했던 일정보다 쭉쭉~ 잡아 늘이다가 차를 빌려준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정신을 차렸다.


'친구야. 자동차 보험 갱신해야 된다. 언제 올라오냐?'


그랬다. 내 차가 아니었다. 한 달 정도 빌리겠다고 얘기하고 벌써 36일째. 친구 녀석은 슬슬 불안과 걱정이 엄습하고 있었나 보다. 더 이상 제주 일정을 늘릴 수는 없었다. 이제 목포로 다시 올라가서 육지를 좀 더 돌아야지. 아무래도 육지에 있다 보면 친구가 필요할 때 바로 서울로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모든 짐을 챙겨 내려와 숙소에서 차를 빼면서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이제 제주에 사는 지인들과 인사를 다 나눴고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산길과 표선의 바닷가를 좋아한다는 나만의 스타일도 알게 됐고, 마음에 드는 식당들도 몇 군데 찾아놨으니 시간이 날 때 자주 제주를 찾으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 아쉬움을 뒤로할 수 있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정성듬뿍 제주국()에서의 장대국. 전날의 음주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쌓인 알코올들이 쫙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들 만큼 깔끔하고 시원한 국이었다. 꽤 인기가 많은 집이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방문했는데 다행히 가게 앞에 주차도 할 수 있었고 가게 안은 여유로웠다.




기억이 맞다면 17:00 제주항 출발이라 3시가 좀 넘은 시각에 차를 싣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제주로 올 때는 엄청 일찍 차를 실어서 아주 특별한(?) 자리에 실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흔히들' 말하는 '일찍 가면 안에 깊숙이 넣기 때문에 내릴 때 늦게 내리는' 자리에 차를 실었다. 사실 늦어봐야 얼마나 늦겠어, 오래 걸려봐야 얼마나 오래 걸리겠어하는 마음으로 깊숙이 넣었는데... 이건 큰 착각이었다. 목포에 도착한 다음 하선 시간이 30분 이상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차이 난다. 정말로 엄/청/난 차이. 그렇다고 일부러 늦게 싣기에는 마음이 불안불안...



차를 두 시간 전에 실어두니 사람이 실리기(?) 아니 사람이 배에 타기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남은 상황. 여객선 대합실에서 정말 뻔하디 뻔한 가락국수를 한 그릇 먹고 멍하니 앉아서 시간을 때웠다.






그리고 드디어 탑승. 목포에서 제주로 내려올 땐 1인실의 사진을 찍지 못했던 기억이 나서 이번엔 여유롭게 1인실의 사진을 찍었다. 배가 달라져서인지 (내려올 땐 산타루치노호) 1인실의 구성이 조금 다르긴 했지만 크기는 거의 같았다. 씨스타크루즈호에는 뜬금없이(?) 세면대가 놓여있었고 산타루치노호에는 같은 자리에 책상이 놓여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 침대와 깔끔한 시트 그리고 몇 채널 나오지 않는 작은 TV는 양쪽 배가 같았다.



그렇게 오후 5시에 출발해 9시 30분 즈음에 목포에 도착. 선내 방송으로 각자 차에 가서 하선 준비를 하라고 하는데... 문제는 사진과 같은 상태로 차에 앉아서 30분 이상 멍하니 기다려야만 했다. 가장 깊숙한 곳에 차를 실어뒀기 때문에 생기는 일. 차를 싣는 구역은 운전자가 결정할 수 없고 오로지 '승선 순서'에 따르는 듯.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나중에 차를 실어라'라고 말하긴 하지만... 내 성격으로는 도저히 그렇겐 못하겠더라.



미리 예약해 둔 목포항 앞의 모텔에 차를 세우고, 짐을 풀었더니 마침 고향집에 내려와 있다는 친구 녀석의 연락. 같이 쏘주나 한 잔 하자고 한다. 목적지는 중앙시장 순대골목. 구글맵을 아무리 뒤져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겠어서 지도 링크를 첨부하기가 좀 힘들지만 목포 신중앙시장 근처 어딘가 골목이었다. 골목 안쪽은 온통 순대, 족발, 보쌈을 판매하는 가게들.



딱히 단골 집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하길래 그냥 적당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가 모듬 접시를 주문했다. 모듬 접시에는 순대와 내장 그리고 족발과 머리 고기까지, 둘이 먹기엔 많은 양을 푸짐하게 담아 주는데 특이한 건 역시 목포스럽게 초장이 나온다는 점이다. 친구들 중에 순대를 초장에 찍어 먹고는 (맛이 너무 이상해서) 기겁을 했다는 녀석들이 있었는데, 나에게는 그리 이상한 경험이 아니었다. 오히려 잘 어울리는데? 싶은 맛.



오히려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피순대'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 처음으로 피순대를 먹고 느낀 어색함이 아닐까 싶다. 아,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집에서는 피순대가 나오지는 않았다.



친구 녀석과 보해 골드와 함께 순대 모듬을 먹고는 하루를 빨리 정리해야만 했다. 내일부터는 엄청난 거리를 운전해야만 하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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