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프롤로그

zzoos 2017. 9. 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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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 포스팅을 시작하는 군요. 전국 일주. 사실 '일주'까지는 못해서 아쉬운 여행이 됐지만, 약 40일 간의 자동차 여행이니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이네요. 10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가장 하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였습니다. 머리를 비우는 여행. 그것도 직접 '운전'해서.


머릿 속에 그렸던 여행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숙소도 정하지 않고 네비도 켜지 않고 핸들 닿는 대로(핸들이 닿는 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네요. 하지만 핸들 돌리는 대로, 이것도 좀 어색하고 바퀴 닿는 대로... 이것도 별로고...) 달리다가 마음에 드는 경치가 있으면 쉬었다가, 해가 지면 숙소를 찾아 한숨 자고 다시 출발하는 그런 여행. 그러다가 저녁을 먹으러 들른 식당에서 다른 여행객을 만나 같이 술 한잔 기울이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젊은(?)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이 있어 도와주고 어르신들한테 대접아닌 대접도 받아보고, 깜깜한 밤이 되도록 숙소를 찾지 못해 국도변에 차를 세우고 어쩔 수 없이 불편하게 눈을 붙이려 노력하다가 바라본 밤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고 트렁크에 넣어둔 와인을 꺼내 별빛을 와인 잔에 담아보기도 하는.



그런 우연과 우연이 겹친, 약간은 불편하기도 한 로드 트립을 꿈꿨는데, 실제 여행은 그리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니라 '운전연수'였습니다. 사실 여행 전반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바로 제가 '초보운전'이라는 점이었거든요. 그러니 마음껏 움직이기 보다는 '운전'을 할 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여건들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야간운전이나 빗길운전은 되도록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지 말고. 하루에 운전하는 거리도 너무 길지 않도록. 그리고 과음하는 것도 될 수 있으면 자제. 등산이나 운동 때문에 근육통이 생기지 않도록 몸 관리...


물론 여행 내내 그러지는 않았습니다만 운전에 익숙해질만할 때에는 이미 제주에 입도, 장기 숙소를 잡고 있는 중이라 '로드 트립'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 어찌보면 이번 여행은 2주간의 운전 연수와 3주간의 제주 여행이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지도 모르겠네요.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것은 A4 용지에 커다랗게 출력해서 뒷 유리창에 붙여둔 '초보운전'이라는 글씨였습니다. 초보가 차를 가지고 여행을 한다고? 그거 빨리 떼어 버려라, 다른 차들이 위협운전할 지도 모른다. 등등 다양한 의문과 조언들. 하지만 저는 진짜 초보였고, 운전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운전이 무섭다고 할까요? 그러니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다들 알아서 비켜라!'라는 의미로 (일부러 투박하게) 초보운전이라고 알려야 했습니다.


아, 면허를 딴 지는 좀 됐습니다. 한 10년 넘었네요. 그 동안 운전에는 취미가 없어서 차도 사지 않았고, 친구들과 여행갈 때에도 항상 조수석에서 길 안내를 했습니다. 말 그대로 장/롱/면/허. 그러다보니 스스로 운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도전이었습니다. 겁도 많이 났고요. 하지만 앞으로 여행을 계속 다니려면 운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유럽에서도 대중교통만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동차 여행도 해보고 싶거든요.


그 첫 걸음으로 기획(?)한 것이 바로 이 전국 자동차 여행이었고, 결과적으로 이제 운전을 무서워하지 않게 됐으니 가장 큰 목표는 달성한 셈입니다. 


여행 준비로 맨 처음 시작한 것은 운전 연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대충 뒤져서 연락을 했고, 전화를 통해 일정을 조율했습니다. 약 10시간 정도의 연수. '이제 해볼 수 있으려나?'하는 정도의 느낌이 생기자, 이제 차가 필요해졌습니다. 월단위 렌트를 가장 먼저 알아봤죠. 가격이 만만치 않기도 했지만,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분명히 차를 긁을텐데'하는 걱정이었습니다. 왠지 렌트 업체에서는 조그만 흠집으로도 덤탱이를 씌울 것 같은 불신. 그래서 아예 낡은 중고차를 사려고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여행 다녀와서 다시 팔아버릴 생각으로 말이죠.


이런 얘기를 친구들한테 하니, 두 명이나 차를 빌려준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안 쓰는 차라고. 아, 고마운 녀석들. 그 중에 한 명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빌려줄 수 없게 됐고, 결국 아반테를 한 달간 빌리기로 하고 보험도 넣었습니다.


드디어 차를 빌리러 용산으로 갔는데, 거기서부터 집까지 가지고 오는 것 부터가 문제더군요. 초보도 왕초보니까요. 연수 선생님 없이 혼자 운전하는 건 난생 처음해보는 일. 용산에서 강북강변을 타고 집까지 오는데, 정말이지 손에 땀이 너무 많이 나서 땀 닦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빌라 1층의 주차장에 차를 넣다가 그만... 커다란 스크래치를 만들고 말았지요. 네, 차를 빌린지 한 시간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친구에게 바로 보고했더니, 다른 차나 사람 치지 말고 혼자 긁는 건 괜찮다며 여행 조심히 잘 다녀오라고 하더군요. 얼마나 고맙던지 ㅠㅜ


차를 빌리고 약 열흘 정도 차를 정비하고, 차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낸 뒤 6월 12일. 드디어 대장정을 떠났습니다.



6월 12일 출발. 7월 20일 귀환. 총 39일간의 여행에 대한 기록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다녔던 많은 여행에 대한 기록을 귀/찮/아/서 남겨두지 않았지만 이 여행은 일단 먼저 기록을 남겨두고 싶네요. '먼저'라고 했지만 사실 서울에 돌아온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군요. 게다가 꽤 긴 글이 될 것 같으니, 언제 정리가 끝날지도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서울에서 출발해 위의 지도처럼 돌아다녔습니다. 운전한 거리가 약 3,000 Km 정도 됩니다. 목포에서 제주로 들어갈 때 카페리에 차를 싣고 넘어갔는데, GPS가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지 경로가 좀 이상하게 나오는 군요.


아, 위의 지도는 아이폰의 GPS를 이용하는 Moves라는 앱에 Move-O-Scope 라는 서비스를 연동해서 정리한 것입니다. GPS를 이용해 자신의 이동 경로를 트래킹하는 앱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Moves는 항상 실행하지 않고도 GPS 트래킹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동해서 트래킹 결과를 정리할 수도 있더라고요. 여행 출발하기 전에 몇 가지 앱을 테스트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 조합입니다.



아마 이번 여행에 대한 포스팅에서 사용할 대부분의 사진은 페이스북에 이미 올라갔던 것들일 것 같습니다. 별도의 카메라를 들고 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이 전부인데, 괜찮은 사진들은 그때그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렸거든요.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서 다양한 곳을 다녔는데, 혼자 여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가 외롭다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때그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사진이나 글을 올리고 댓글로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합니다. 댓글로 근처 맛집을 알려주기도 하고, 경치가 좋은 포인트를 알려주기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그런 기분이 든다는 건 좀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혼자라는 쓸쓸함만은 피할 수 있거든요.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많은 분들이 여행 경비를 궁금해 하시더군요. 솔직히 말하면 적지 않은 경비가 들었습니다. 의외로 숙박비가 큰 비중을 차지하더라고요. 일단 차를 주차해야하고, 초/보/운/전/자의 운전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 불편하지 않은 숙소를 찾다 보니 결국 모텔이나 펜션에서 묵게 됐는데, 이게 1박에 4~5만원 정도 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발품을 팔면서 숙소를 찾을 필요는 없더라고요. 여기어때나 AirBnB 같은 앱을 사용해서 미리미리 숙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차를 주차하고 나면 저녁을 먹고 술을 마시기 위해 돌아다니게 되는데, 아무래도 제가 그쪽으로 비용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보니 숙박비 보다 더 큰 지출이 생기는 포인트가 됩니다. 홍성 같은 곳은 아예 바를 들르기 위해서 여행 코스를 잡기도 했죠. 여행 중간에도 몰트는 마시고 싶더라고요. 심지어 한 병을 들고 다니는데도 말이죠.


또한, 각 지역의 맛집을 다니다보면 1인분을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입이 매우 짧은 제가 2인분을 시켜서 먹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더군요. 그것도 고스란히 비용이 되는 거죠. 아예 혼자 온 손님을 받지 않는 식당도 많다고 들었는데, 저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혼자 여행하기 별로 좋은 여건은 아니예요.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서해-제주-남해-동해를 모두 둘러보지는 못했습니다. 서해를 따라 내려가는 과정이 좀 길었고, 제주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죠. 그래서 남해와 동해는 그저 '달려보는' 정도로 만족했습니다. 아마, 짧은 일정으로 남해와 동해를 다시 다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운전연수라는 목표가 사라질테니 좀더 제멋대로의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39일간의 전국 자동차 일주. 다음 포스팅부터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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