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일요일 밤

zzoos 2009. 7. 13.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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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요일 밤이 되면 생각이 많아 진다. 또 이렇게 한 주가 지나가 버리는 건가? (사실 오늘이 일주일의 시작인 것이지만) 주말에 하려던 일들은 다 했나? 아이고, 방 청소는 또 못했구나 언제 하지? 가만, 그러고보니 디카에서 아직 빼내지도 않은 사진들이 잔뜩인데? 어라! 그러고보니 주말에 만나기로 했던 사람이 있었잖아. 내일 주간회의 준비는 했나? 아차, 이번 주에 보려고 했던 드라마들을 하나도 못봤군. 헌데 내 아이팟에는 왜 저런 노래 밖에 없지?

나의 주말은 참으로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이다. 일단 먹고 마신다. 또 마신다. 또 마신다. 심하게 마시고 뻗는다. 심하게 뻗는다. 침대에서 거실까지 나가는 것이 힘들 정도로 앓아 눕는다. 모든 계획은 다음 주로 미뤄진다. 하지만 다음 주말에도 마찬가지.

이번 주말은 좀 길었다. 금요일에 휴가를 썼으니까. 하지만 하루 더 앓아누웠다. 오랜만에 몸살이 겹쳐주셔서. 결국 다른 주말과 마찬가지.

그래서 오늘도 같은 생각이 든다. 아 참으로 허탈한 주말이구나. 주말이 하루 더 있었으면 좋겠다.

#2.
디카에서 컴퓨터로 옮기지 조차 않은 사진이 몇백장. 하드에는 정리하지 않은 사진이 또 그만큼. 아마 몇달치의 사진이겠지. 정말이지 이걸 언제 다 정리하지? 정리만하면 끝이 아니라 포스팅을 써야한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꽤나 많은 시간이 걸릴 일들. 게다가 현상/스캔/인화해야할 필름들도 추가되었으니 관련된 일도 꽤 많다.

뭐 일단은 할일 목록에 넣어두자. 마감 날짜가 있는 건 아니니까. 천천히 하면 되겠지. 다만 잊지 말고 해치우기는 하자.

그나저나 갤러리는 언제 만들지?

#3.
스피커를 하나 샀다. 집에서 도통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도 아쉽고, 회사에서만 아이팟을 충전할 수 있는 것도 아쉬워서 아이팟을 바로 끼워서 충전하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으로. 가격이 싸고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골랐더니 음질이 많이 아쉽다. 그냥 좀 무리할 껄 그랬나 싶다.

아이팟에는 여성 보컬의 발랄한 최신곡들이 많다. 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출/퇴근길 책을 읽으면서 또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면서라서, 뭐랄까 취향이라기 보다는 편안한 음악들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자연스럽게 예전의 취향과는 다른 음악들이 아이팟에 가득. 글을 쓰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대체 내가 듣던 음악의 취향이란 것이 무엇이었나도 헷갈린다. 요즘 그런 음악들을 듣고 있다면 그게 내 취향이 된 건 아닌가? 그러니까 요즘엔 소녀시대가 내 취향이 아니냔 말.

집에서도 음악을 항상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좀 다른 음악들도 넣어봐야 겠다. 사실 지금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가 들리고 있긴 한데, 이런 글을 쓰면서 이런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 같지는 않다. 글을 쓰다 말고 아이팟을 뒤져 Maxwell's Urban Hang Suite 앨범을 틀었다. 사실 이 시간엔 이 앨범도 어울리진 않는다. 왠지 술을 당기는 앨범이란 말이지.

#4.
최근에 읽은 책이 뭐더라. 우선 가장 최근에 읽은 건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그리고 20세기 소년을 띄엄띄엄 다 본 것 같고.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다 읽었다. 요즘 책 읽는 속도가 엄청 느려졌다. 매년 100권을 목표로 하고 50권 정도를 읽었는데, 올해는 50권도 읽지 못할 듯. 지금 읽고 있는 책은 흑과 다의 환상. 일부러 빨리 읽힐 것 같은 책을 골랐다. 아직 쌓아두고 읽지 못하고 있는 책들이 꽤 된다.

쌓아둔 책을 보다가 눈에 띈 책 스타일. 이 소설이 정말 드라마로 만들어 질 만큼 매력적인 소설인가? 아마 내용보다도 단지 그 설정이 드라마스러웠겠지. 게다가 베스트셀러였으니까 이슈가 될만한 이유는 있겠지.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절대 매력적인 소설은 아니었다. 드라마도 그만큼이 아닐까. 보기좋고 여기저기 홍보는 잔뜩하지만 그냥그런 드라마. 게다가 다른 드라마와 표절 시비 붙으면서 홍보는 정말 지대로.

#5.
드라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열심히 봤던, 보고 있는 드라마는 그저 바라보다가시티홀. 시티홀은 마지막 두편을 아직 못봤다. 그리고 트리플. 일드는 미스터 브레인. 아직 모두 본방을 따라잡진 못했지만 하나같이 재밌는 드라마. 트리플은 시작이 상큼하더니 자꾸 질척거리는 느낌이 좀 걸린다. 화면이나 감정표현이 통통튀어서 여전히 호감이기는 하다. 미스터 브레인은 식상하지만 역시 키무라 타쿠야라는 생각. 그러고보니 탁구형의 최근 드라마 두 편은 모두 이런저런 이유로 일정을 늦춰 시작했다. 체인지도 그랬고 미스터 브레인도 마찬가지. 게다가 미스터 브레인은 심지어 7화로 8화로 마무리. 뭔가 좀 찝찝한데?

#6.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놀라 자빠질만한 사실을 하나 말하자면, 요즘 가계부를 쓰고 있다. 절약하고 저축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도대체 내가 어디가가 월급을 다 써버리는 건지 확인하고 싶달까. 앵겔지수를 확인해보고 싶달까. 식비로 얼마를 쓰고 택시비로 얼마를 쓰는 지 확인해보고 싶달까. 뭐 그런 이유다. 지금까지는 얼추 액수를 빠뜨리지 않고 기입하고 있고, 대충 실제 잔고와 가계부상의 잔고가 맞아 떨어진다.

역시나 식비(주로 술값)와 택시비가 소비의 주축. 절약이나 저축이 목적은 아니라고 했지만 무리한 술값이나 택시비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은 든다. 월급의 주기는 30일인데 15일만에 잔고가 바닥나는 사태는 어떻게든 없애야 되지 않겠는가.

#7.
바로 전의 글에서도 말한 적이 있지만. 감정에도 유통 기한이 있다. 이제 상했나보다. 내 심장은 그 자리에 잘 붙어있게 되었다.

헌데 말이다. 방부제 잔뜩 넣어놓은 감정도 있긴 있다보다.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떠올라서 손톱자국이 선명해질 정도로 심장을 움켜쥐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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