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1일 오후 7시 JW 메리어트 호텔 지하의 바인 Rouge에서 네이버 카페 와인앤조이의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신동와인에서 주최하고 와인앤조이의 회원들을 초대한 시음회였죠. 와인 리스트 대비 가격이 심하게 매력적이어서 선착순 레이스에 뛰어 들었고, 성공했습니다.
아래는 그날 시음회에서 제공된 와인의 리스트 입니다. 아쉽게도 샤스 스플린은 마셔보지 못했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의 평이 별로더군요. 샤스 스플린은 확실하게 좋은 빈티지를 구해서 마셔보고 싶은 와인입니다. 예전에 마셨던 빈티지도 영~ 별로였어요.
※ 화살표를 누르면 와인 파인더의 해당 와인 정보로 링크됩니다. 같은 빈티지가 없는 경우 가장 비슷한(맛 말고 숫자가) 빈티지로 이동합니다.
신동와인 대표님과 와낸죠의 마스터인 까망늑대님의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나서 소믈리에이신 아톰님께서 시음할 와인들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다들 진지하게 경청하고 계시네요.
요즘 와인을 마실 때 굉장히 진지하게 드시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의 열정과 해박한 지식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문득 에헤라디야~ 마냥 즐겁게 마시기만 하는 제 자신이 살짝 쑥스러워질 때가 생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즐겁게 마시는 것이 최고 아니겠습니까? 즐기다보면 조금씩 알게되는 거겠지요.
시음을 기다리는 와인들입니다. 이번 시음회는 와인도 음식도 스스로 가져다 먹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실내가 매우 어두워 음식이나 와인 사진이 아주 부실한 점은 양해를 바랍니다. 저렇게 많은 잔을 준비했지만, 모인 사람의 숫자도 많았고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잔을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엄청난 숫자의 잔을 씻고 또 씻어야 했습니다. 직원 여러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
시음한 와인들입니다. 화이트 와인 2 병은 찍지를 못했네요. 옆에 칠링하고 있는 모습이 살짝 보이긴 합니다만...
우선 화이트 와인은 수줍고 얌전하지만 성격있어 보이는 페블리 브루고뉴 알리고떼 보다 상큼 발랄하고 톡톡튀는 샤블리가 더 제 취향이었습니다. 2005 보다 한 살 더 어린 2006 이었기 때문일까요? (역시 어린 것이 좋은 거냐???) 어쩌면 알리고떼라는 품종을 처음 마셔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에 비해 샤블리는 자주 마시게 되는 샤르도네 품종이니까 더 익숙했을 수도 있겠네요.
화이트 두 잔으로 입가심을 마친 다음 본격적으로 레드 와인들을 시음하기 시작했는데요. 아무래도 열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그리고 리스트 중에서 고가의 와인인 샤스 스플린과 베이슈빌을 나중에 마시려고 했으나... 와넨죠의 초고수 회원들이 좋은 와인을 가만히 놔둘리 없다는 생각에 일단 베이슈빌을 한 잔 받았습니다. 약간의 병 브리딩을 한 것 같았지만 여전히 꽉 닫혀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래서 잔에서 브리딩을 시키면서 다른 와인들을 마셨습니다.
까르뒤스와 라마포르는 특별한 인상없이 '보르도 와인이구나' 싶은 정도의 느낌으로 넘어갔습니다. 마음에 드는 건 역시 클라르크였습니다.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참 착한 와인이라는 느낌입니다. 까르뒤스, 라마포르, 클라르크 모두 메를로의 비중이 꽤 높은 블렌딩이라(50% 정도) 마시기에 편안한 녀석들이긴 했습니다만 게중 클라르크가 마음에 들었던 건 까베르네 프랑때문이었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클라르크 한 표 획득.
(사실 자세한 향이나 질감 같은 게 잘 기억이 안납니다. 벌써 얼마가 지난 시음회야 이거 ㅠㅠ)
그러고 나서 샤스 스플린을 마시려고 했더니... 역시 이미 모두 바닥났습니다. 신동측에서 꽤 많은 양을 준비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물방울에까지 등장했던 유명와인이니까 금방 바닥나는 게 당연하죠.
그렇다면 베이슈빌은? 샤스 스플린보다 더 먼저 동났답니다. 역시 고수들은 좋은 와인을 알아보는 군요. 미리 한 잔 받아서 잔 브리딩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이슈빌은 생 쥴리앙의 4등급 와인입니다. 자... 그럼 어떤 향이 올라올까? 코를 갖다 댔지만 아직도 묵묵부답. 그래서 화이트 와인도 더 마시고, 카르뒤스, 라마포르를 계속 마셨습니다. 당연하게도(?) 클라르크 역시 다 떨어졌더군요.
대략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시음회를 곧 끝낸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다시 베이슈빌의 향을 맡아봅니다. 이제 슬슬 향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커피? 체리? 저의 낮은 내공으로 구별할 수 있는 향은 몇 가지 안됩니다. 하지만 혀에 닿는 질감이나 향이 참 좋네요. 살짝 느껴지는 실키한 느낌은 쁘띠 베르도 때문인가요? 전혀 모르겠지만, 대충 막 지껄여 봅니다.
그렇게 시음회가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2차를 하러 흩어집니다. 저는 강남역에서 맥주 한 잔 더 했습니다. 아, 그 이후에 소주도 한 잔 한 것 같네요. 흐음... 새벽에 당구도 친 것 같은 기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