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지하철에서

zzoos 2007. 4. 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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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참치에서 참치를 먹으려 했는데, 방심하고 예약을 안했더니 도착했을 땐 자리가 없었다. 압구정 강가에서 오랜만에 탄두리 플레이트와 시금치 카레를 먹고, 몸이 너무너무 피곤해서 술이고 커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사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 지하철 역이 요동을 치는 것 같은 느낌과 모든 형광등이 동시에 깜빡이는 느낌. 와인 10병 정도를 마신 다음 날처럼 머리가 지끈거렸다. 왜 이렇게 지하철은 안 오는 건지. 드디어 지하철이 들어오는 벨소리가 들리고, 지하철이 내 앞에 와서 멈추고, 문이 열리고, 한 걸음 내딪어 지하철 안으로 들어섰다...

거기에 앉아있었다.

뽀얀 피부, 쌍거풀진 커다란 눈, 엷은 갈색 눈동자와 끝이 살짝 올라간 오똑한 코. 많지도 적지도 않은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약간 뾰루퉁해보이는 끝이 쳐진 입술. 나이를 짐작하긴 어렵지만 20대 초반~중반. 세련된 정장 스타일은 아니고, 편안한 그런지 스타일에 자잘한 주름이 잡힌 커다랗고 펑퍼짐하게 꽃무늬 치마. 편안한 단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다니.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았다. 차마 빤히 쳐다볼 수는 없고, 티 안나게 훔쳐본다. 음... 참 예쁜 아가씨로구나. 남부터미널. 그녀가 일어서고, 내 옆에 열린 문을 통해 지하철에서 나가버린다. 아, 뒷통수에 눈이 달려 있다면 좋겠다고 처음 생각했다.

흠... 혹시 내가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거나 말을 걸었다거나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날 정말 모르시는 말씀.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질 것이라고 믿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아암. 그게 바로 @형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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