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2년만

zzoos 2007. 4. 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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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릴릴릴리. 전화벨. 반가운 목소리.

'지금 뭐해?' '어 그냥 회사에 있어' '토요일 이 시간에 왜 회사야?' '그냥 그렇게 됐네' '회사가 어딘데?' '어, 양재동. 넌 지금 어딘데?' '나 분당. 집에 있지. 가깝네?' '어, 그러네' '잠깐 볼까?' '그럴까?' '회사로 갈께. 거기가 어디야?'

2년 만이었다. 녀석을 만난 건. 2년 전 녀석의 결혼식에서.

'이게 얼마만이지?' '목소리 들은 건 대충 1년 정도? 얼굴 본 건 결혼식이 마지막이니 2년 된건가?'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응 며칠 뒤가 결혼 기념일이거든. 결혼 2주년' '와.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러게. 시간 참 빠르다'

도착한 곳은 삼성동 주택가. 한적한 곳에 있는 와인바. 저렴한 키안티 클라시코를 한 병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아직 네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들을 못 전해줬구나. 내 책꽂이에 그대로 넣어놨네' '그래. 이 넘아. 그 사진 좀 달라고 내가 사정할라고 전화했다. 하하하' '하하. 그래 내가 꼭 줄께.' '말만 하지 말고 내일 당장 퀵으로 보내!' '그래그래. 내일 바로 퀵으로 보낸다!' '자, 그리고 이거. 이것도 2년 됐네'

녀석이 작은 빨간 봉투를 건낸다. 열어보니 도박장에서 쓰는 칩(Chip)하나와 재떨이 하나.

'이게 시간이 오래되서 고장났나봐. 하긴 2년이나 지났으니.'

칩을 들더니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러다가 특정 각도에서 살짝 미니까 딸깍. 하는 귀에 익은 소리. 아. 라이터구나.

'와우. 정말 고맙다. 그저 가스가 다 닳은 거겠지. 가스 넣어서 다시 해봐야 겠다' '응. 몬테카를로에서 산 거야. 재떨이는 런던에서. 신혼 여행 갔다가 네 생각 나서 사왔어' '그래.. 그랬구나. 정말 고맙다. 난 아직 사진도 못 전해줬는데...'

......

2년이 지난 마음을 받았다. 2년 전 몬테카를로에서, 2년 전 런던에서 이 녀석은 나를 생각했던 거다. 조그만 라이터, 조그만 재떨이지만... 나에겐 너무 커다란 의미였다. 특히 '사람 챙기기'를 잘 못하는 나에게 큰 충격을 받는 것 같은 기분. 고마웠고, 따뜻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반성.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들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겠지. 하지만... 목소리들은 정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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