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은 다른 날보다 스케줄이 좀더 길게 잡혀있는 날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코다테의 야경을 보는 코스를 다녀와야 되는데, 야경이란 건 밤이 되야 보는 거잖아요. 정말이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는 꽉 짜인 스케줄. 그 와중에 먹고 싶은 걸 다 먹으려는 처절한 몸부림!
홋카이도로 열차 여행 가자~! #6 - 입이 쩍 벌어지는 야경. 하코다테.
세이칸 터널을 구경하고 오니 벌써 해가 졌습니다. 참 익숙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저녁 먹기 전에 해부터 지다니. 밤이 참 긴 홋카이도의 겨울이네요.
뭔가 이국적인 건물들이죠. 이곳은 예전에 창고로 쓰이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메이지 말기에 세워졌다고 하네요. 지금은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항만 주변에는 이렇게 붉은 벽돌 건물들이 많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건물은 하코다테 메이지칸일 거예요. 하코다테 우체국 건물이었는데 개조했다고 합니다. 구경은 못했지만 1층에는 음식점, 2층에는 오르골 전시관이 있다는 군요.
같은 건물이예요. 하코다테 메이지칸. 운치가 있는 건물입니다.
뭔가 달다구리들을 파는 가게였어요. 정확한 이름이 기억 안나네요. 이런 가게들이 줄지어 쭉 서 있는 거리입니다. 그리 넓은 거리가 아니라서 걸어서 돌아다니기 충분해요.
예에전에 세계 등축제를 충무로 한옥 마을에서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이런 모양으로 생긴 등이 있었어요. 이곳에는 음식점이 몇 개 모여 있더라고요.
카레 가게. 일본 카레도 먹고 싶었는데.
여긴 라멘 가게. 라멘도 못 먹어보고 왔어요. ㅠㅠ
결국 저희가 저녁을 먹기로 결정한 회전 스시집. 마루가츠 수산이라고 쓰여 있는데, 하코다테에만 3군데 정도가 있더군요. 유명한 집인가봐요? 아니면 저렴한 집이던가.
일단 나마 비루를 주문했습니다. 헌데 종업원들이 영어를 못합니다. 저희는 일어를 잘 못하고. 이런 상황이 이제는 뭐 너무나 익숙해요. 하지만 주문하는데 가장 애를 먹었습니다. 뭔가 잔뜩 주문한 것 같았는데, 음식이 안나오더라고요.
키타카와 함께 초밥을 기다립니다. 사실 회전 초밥집이라 돌아가고 있는 초밥을 집어 먹어도 되기는 하지만, 잔뜩 주문한 애들이 있어서 그걸 기다려 보기로 한 거죠. 키타카 뒤에는 이번 여행을 함께한 동반자 중의 하나인 로모도 보이네요. 로모로 찍은 필름들은 언제 현상하지;;
일단 홋카이도 특선 3종 초밥이 나왔습니다. 카니, 우니, 이크라입니다. 신선한 해산물들은 좋았지만 김이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얘들은 하나씩만 먹었습니다. 이후에 계속해서 음식이 안나오길래 기다리다가 결론 내렸습니다. 아까 종업원과 한참 했던 얘기 중에 제대로 주문이 들어간 건 이거 하나 밖에 없었다! 라는 결론. 그리고는 옆 테이블들을 살펴봤습니다.
흐음. 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종이에 자신들의 주문을 적는 군요. 그러면 종업원들이 금방 만들어서 가져다 주네요. 오호! 저거구나! 뱅뱅 돌아가고 있는 초밥들 중에 제가 원하는 초밥이 언제 나올지 모르니 저렇게 주문 하는 거다! 마구마구 적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아마 돌아가고 있던 걸 집어 왔던 듯. 뭔지 몰라요.
이건 가이바시라.
이건 새우. 甘 새우라고 적혀있었는데, 우리 말로는 뭔지 모르겠네요. 여튼 제가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메뉴 중 하나. 이번 여행에서 정말 우니와 새우를 원없이 먹었습니다.
별로 많이 먹지는 않았죠? 배터지게 먹으면 안됐거든요. 왜냐면 하코다테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좀 제대로 된 식사를 하자는 계획이었으니까요. 방금 먹은 건, 그러니까 잠깐 끼니를 때우는 정도의 간식이었다고나 할까요.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창 밖으로는 하코다테 항구가 바로 보이네요.
하코다테 야경을 보기 위해선 하코다테 산으로 올라가야 된다네요. 야경을 관람하는 트윙클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하코다테 역으로 향합니다. 저녁을 먹는 동안 비가 왔어요. 산에 올라가서 비 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비는 금방 그쳤습니다. 비가 오고 나니 공기가 깨끗해졌어요. 야경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조건이 만족됐습니다. 거참 신기하게도 하늘이 돕는 여행이라고나 할까요. 비가 씻고 간 공기는 그저 주유소를 찍어도 멋진 야경이 됩니다.
하코다테 역 앞 야경. 낮과는 또 다른 기분이죠?
비가 내린 밤의 야경은 어떻게 찍어도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 잡히죠.
오후 7시 45분. 하코다테 역 앞에서 '트윙클 버스 하코다테 야경호'를 탔습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이런 관광 버스 투어는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네요. 가이드 언니가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면서 하코다테 시내를 통과해서 하코다테 산으로 올라갑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요? 아니 20분 정도? 산 중턱을 올라가면서 창 밖을 보는데, 모두가 '우와~'라고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는 야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저것이 유명하다는 하코다테의 야경이구나. 모두가 감탄 감탄. 잠시 후에 하코다테 산의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습니다. 야경을 더 잘 보기 위해서 위로 위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결국 이런 장면이 보이는 곳을 찾았습니다. 정말이지 장관입니다. 너무나 예쁜 거리. 아름다운 여인의 허리 라인처럼 잘록한 하코다테. 제가 평생 본 야경 중에 최고였습니다.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하는데, 나머지 두 군데는 어딘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제자리에 멈춰서서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던 장관. 그러고보니 경치를 보면서 입을 떡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던 것이 처음은 아닙니다. 첫 번째 경험은 군산 앞 바다 선유도에서 만났던 장관이었네요.
요렇게도 찍어보고.
요렇게도 찍어봤습니다. 어떻게 찍어도 절경입니다. 물론 직접 보는 것이 가장 멋지겠지요.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유심히 거리를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했어요. 해가 지면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는데, 정상에서 내려본 야경에는 너무 아름다운 불빛들이 많았잖아요. 가로등. 바로 가로등들이 꽤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가로등으로 불을 밝히지 않았다면 사진 속의 야경은 조금 힘이 없어졌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