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밤.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10시 30분 경에 기상 특보가 나왔습니다. 서해 해상에 새벽 2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 특보였으니... 다음날 여행을 앞두고 있는 - 게다가 배를 두 번이나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 목적지인
저와 동생에게는 출발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꺼야!!"하는 심정으로 "내일은 맑을
꺼야!!"를 외치며, 잠을 청해봤지만 별로 잠은 오지 않았습니다.
8월 1일 아침. 막무가내로 연안부두로 향했습니다. 아침이라기 보다는 새벽이었죠.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 속을 달려
연안부두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타야하는 배(7:30발 덕적행 프린세스호)는 출발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덕적도에서 굴업도를
왕복하는 해양호는 당일 굴업도를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ㅠㅠ 눈물을 머금었지만,
"덕적도라도 가자!!"는 결론. 민박집 예약이나 관광지 정보도 전혀 없이 덕적도행 배를 탔습니다.
덕적도에 내려서 민박집을 찾으려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많은 호객꾼들이 나와 있더군요. 한 아저씨와 흥정하고 서포리로
들어갔습니다. 좀 구질구질한 민박집. 여러가지 맘에 안드는 것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서 점심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전날 일기예보를 계속 확인하느라 잠을 못 잔 터라 낮잠을 좀 자려고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 굴업도에서 온 전화였습니다. 오후에
출발하는 해양호는 굴업도까지 간다는 연락!!!
(여기서 잠깐, '해양호'는 덕적도에서 출발해서 문갑도, 울도, 굴업도, 자월도 등 4~5개의 섬을 빙~ 둘러 경유하는 배입니다. 오전에는 파도의 영향으로 문갑도까지만 운행했다고 하더군요)
민박집 아저씨한테 사정을 잘 설명하고는 요금도 돌려받고(빙고!) 해양호를 타고 굴업도를 향했습니다. 여러 섬을 거쳐 가는
지라 물 때에 따라서 먼저 도착하는 섬이 달라지는 터라 해양호 선원들에게 물어봤죠. 어느 섬부터 가나요? 에휴... 굴업도를 맨
마지막에 들른답니다. 그러면 약 3시간이 넘는 항해가 된다는 얘기. ㅠㅠ
그래도 공짜로(?) 덕적도 관광도 했습니다. 서포리는 예전 포카리 스웨트 CF를 찍었던 해변으로(아마도 약 10여년 전?)
덕적도가 유명하게 된 해변이라고 하네요. 갯벌이 아니라 하얀 모래사장이 굉장히 넓습니다. 그 곳에서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뭐 잠깐이나마 덕적도도 둘러봤으니 더 잘됐다 싶기도 했습니다. ^^
어쨌거나 제작년에 혼자 다녀온 이후 두 번째로 굴업도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죠. 중학교 졸업하고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한 여행이었습니다. 원래 가족여행을 계획했던 건 아니었는데,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치면서 출발 직전 계획이
완전 수정되어 마침 며칠 쉬고 계시던 아버지까지 모시고 온 가족 나들이를 했습니다. 덕적도에서 굴업도로 들어가는 3시간의 항해에
어머니가 배멀미를 심하게 하시고, 오늘(아니 어제?) 굴업도에서 덕적도로 나오는 배에서 비를 쫄딱 맞으신 아버지가 몸살기운으로
고생하고 계시고... 부모님에게는 약간 무리한 여행이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바깥 바람을 쐬셨던 아버지가 너무
즐거워 하셔서... 앞으로는 시간이 맞으면 가끔 같이 다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좀 더 편한 곳으로 다녀야겠죠.
굴업도 이장님은 저를 기억하시더군요. 하긴 그 섬에 남자 혼자서 카메라 들고 들어온 사람이 제가 처음이었다고 하니...
게가다 이장님이랑은 거하게 쏘주도 일잔했었으니까요. 굴업도... 두 번째로 갔지만 여전히 좋은 곳입니다. 솔직히 고향같다는
느낌도 좀 들었어요. 마음도 편안하고, 한적하고, 조용하고, 인심도 좋고... 이장님이 회쳐주신 자연산 우럭의 맛은 기가
막히더라구요.
남부 지방에는 비가 무지하게 많이 와서 사람이 죽거나 실종되고 막 그랬던데, 오히려 굴업도에는 간간히 지나가는 소나기
외에는 비가 별로 없었습니다. 날씨가 아주 무덥고 쨍쨍 맑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좋았다고나 할까. 여하간 참~~~~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
굴업도에서 찍은 사진이 많지는 않습니다. 필름으로 찍은 것이 조금 더 있지만 언제 현상하고, 스캔할 지 모르겠고. 하필 카메라 들고 돌아다닐 때 날이 흐려서 흔들린 사진도 많고 그래서 보여드릴 사진이 별로 없네요.
↑ 굴업도에는 모래사장이 세군데 있습니다. 그 중에 선착장에 가장 가까운 모래사장. 이쪽은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는
곳입니다. 섬 반대편, 그러니까 마을에서 가까운 쪽 모래사장이 해수욕을 하기에 좋죠. 이쪽은 관리가 안되서 조금 지저분합니다.
해변의 쓰레기는 이 곳에서 버려졌다기 보다는 파도에 밀려온 것들이라고 하네요.
↑ 해수욕을 할만한 모래사장 말고 두 개의 모래사장은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래사장을 가운데 두고 양
쪽이 모두 바다란 얘기죠.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변처럼. 사실 이쪽이 경치는 훨씬 좋습니다. 관리가 안되고, 마을에서 멀어서
그렇지. 그 모래사장 가운데에 이제는 쓰지 않는 전봇대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괜히 분위기가 나길래...
그러고보니 아마 2년 전에 찍은 사진에도 이것과 비슷한 사진이 있을텐데... 2년전 여름 사진을 아직도!! 스캔하지 않고 있습니다. -0-
↑ 고동이 무지하게 많은 해변. 위의 사진을 찍은 곳에서 가까운 곳입니다. 아마 이쪽은 굴업도를 찾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해변일 겁니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이 많이 노는 해변은... 사진이 없네요.
↑ 계속 이렇게 흐린 날씨는 아니었는데, 하필 제가 산책할 때 이렇게 흐렸습니다. 소나기도 오고... 그래서 비도 쫄딱 맞았죠. ㅠㅠ
↑ 선착장에 내려서 언덕을 넘어 마을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멀리 마을이 보여요. 아주 조그마한 마을입니다. 대략 7~8가구가 살고 있는데, 항시 거주하는 가구는 더 적다고 하네요.
↑ 마을 전경이라고나 할까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곳입니다.
↑ 산책하면서 굴업도 곳곳의 꽃, 나비, 거미... 뭐 그런 것들을 찍어봤습니다. 바람 때문에 흔들린 사진이 많아서 모두
보여드리지 못하는게 아쉬울 정도로 굴업도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많습니다.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이름 모를
꽃입니다.
↑ 어머니가 이름을 가르쳐 주셨는데, 금방 까먹어버렸습니다.
↑ 나리꽃이죠. 굴업도 곳곳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꽃.
↑ 비가 와서 그런지 거미줄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유난히 눈에 띄더라구요.
↑ 그래서 많이 찍었습니다. 거미줄.
↑ 이것도 거미. 물론 이름은 모릅니다. 나비였다면 멋지게 설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ㅠㅠ
↑ 태어나서 본 달팽이 중에서 가장 큰 녀석! 거의 담배 케이스만한 크기였습니다. 옆에 비교할만한 물건을 놓지 않아서 아무도 안믿을 지도 모르겠지만. ㅠㅠ
↑ 날아간 자의 흔적이라고나 할까? 굼벵이가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된 흔적이네요. 그러니까 매미 번데기라고 해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