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부터 3일까지, 2박 3일간 경주 > 감포 > 진해 > 안면도를 다녀왔다는 얘기는 했죠. 게을러서, 게으르고 게을러서 이제야 사진 정리했습니다. 가져갔던 카메라는 IXUS밖에 없었으니 벌써(?) 끝났지, 만약 FE를 가져갔더라면 언제 올렸을 지 모릅니다. -0-
같이 간 4명이 모두 카메라가 있었던 지라 사진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여행의 모든 장면을 담진 못했지만, 그래도... 여행의 흔적 남기기.
참고로 사진 압박 심합니다(약 15장?).
아침일찍 서울을 출발해 올해 31살 먹은(한 명은 자꾸 자신은 30이라고 우깁니다만) 장정 넷이서 도착한 곳은
'포석정'이었습니다. 수학여행 때 여기를 들렀었나? 기억조차 나지 않는, 교과서에서 흑백 사진으로 본 것이 기억의 전부인 이곳.
참 조그만 곳입니다. 동네 공원보다도 작은. 하지만 끊임없이 물이 흐르고, 그 물 위에 잔을 띄워 술을 마셨다는 이 곳은 운치가
있는 곳입니다. 그 발상 자체도 운치있죠.
모두 다 카메라를 가져올 것을 알기에, 트라이포드 만큼은 맨프로토를 챙겨갔더랬습니다. 맨프로토 위에 익시 끼우고 단체 사진 한 방. 이후에는 모든 단체사진을 지선양이 찍었기 때문에 저에겐 단체사진 이거 한 장 뿐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네이트 드라이브'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교통정보도 그렇지만 처음 가는 곳에서 맛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 때 네이트 드라이브가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근처 맛집 검색'으로 길 까지 알려주니 말이죠. 아, 물론 저는
SK 텔레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쨌거나 맛집 검색으로 찾은 쌈밥집. 경주시 황남동에 위치한 곳입니다. 반찬 가짓수가
많기도 했지만 매우 맛도 있었습니다.
황남동. 하니 경주 황남빵이 생각나더군요. 당연히 사 먹었습니다. 큰 감동은 없었지만, 앙꼬가 잔뜩~ 들어 있어서 다른 팥빵들과는 다르더군요.
밥을 먹고 근처 '여행 안내소'에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근처에 걸어서 구경다닐만한 유적들이 많이 있더군요. 우선은
첨성대로 향했습니다. 첨성대 들어가기 직전에 찍은 컷 같은데, 높은 건물 하나 없이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고분들. 아, 여기가
경주구나! 라는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학 동창중에 경주에서 학교를 나온 녀석이 있는데, "고분이 워낙 많아서 고분 위에서 소주를 마시곤 했다"고 항상 얘기하던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의 말을 반신반의했는데,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첨성대의 규모는 자그마하지만, 그 아름다움이 실로 놀랍습니다.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셀프컷을 시도(도대체 첨성대의 아름다움과 셀프컷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지는 몰라요 ^0^).
황남리에서 가장 큰 유적지는 '대릉원'입니다. 크고 작은 30기의 고분이 밀집해 있습니다. 규모가 커서인지 입장료도 가장
비쌉니다. ㅠㅠ 대릉원 안에는 그 유명한 '천마총'도 있습니다. 사진은 천마총 가는 길.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무덤가를 산책한다고 생각하면 좀 섬뜩하기도 하지만...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보문단지'를 구경할 시간을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감포까지 갔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바로 불국사로 향했습니다. 불국사는 경주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입구쪽에는 뭔가 한창
공사중이더군요. 사진은 불국사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장면. 청운교, 백운교... 뭐 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는 곳입니다.
다시 봐도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래서 셀프컷 시도(그러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겟지만).
불국사에서는 뭔가 대충 찍어도 멋진 장면이 나오더라는... (멋지다고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겁니다. 지금)
경주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것 두 가지는 첨성대와 석가탑(무영탑)입니다. 두 가지를 굳이 비교하자면 석가탑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단아한 자태가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요. 정말이지 한참을 서서 바라봤습니다. 왜 동전에는 다보탑이 새겨져 있는
걸까요? 석가탑이 훨씬 아름다운데?
다보탑은 10원짜리 동전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롭니다. 참으로 정교하긴 하지만... 별로 정이 안가는 녀석입니다.
네... 그렇죠? 어디서 어떻게 찍어도 멋진 장면이 나옵니다. (세뇌중)
이제부터는 사진보다 얘기가 더 많아지겠네요. 카메라를 숙소에 두고 나온다거나 하는 일이 잦아져서, 사진을 많이 못찍었거든요.
경주에서 열심히 달려 감포에 도착했습니다. 감포를 향하는 길을 조금만 돌아가면 '감은사지'를 볼 수도 있었지만 숙소를
예약하지 않은 상태라 무조건 빨리 감포항으로 향했습니다. 깨끗해 보이는 숙소들은 이미 예약이 꽉찬 상태. 펜션 한 군데에서 방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했지만, 너무 비싸서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감포 호텔'. 호텔이라 지레 겁먹었지만, 펜션보다
훨씬 쌌습니다.
여튼 숙소를 잡아놓고 저녁으로 회를 한 접시 먹으러 나왔죠. 이미 해는 졌고, 감포항 방파제에 섰더니 멀리 보이는 등대. 밤바다는 뭐랄까... 운치가 있습니다. 갑자기 콧속으로 항구의 비린내가 풍겨오는 듯한 느낌.
일단 눈에 보이는 횟집 중에서 젤 큰 집에 갔습니다. 손님이 많고 규모가 크면 재료가 빨리 돌아서 신선하겠거니 했거든요.
그런데 서비스가 너무나 엉망! 그래서 바로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할머니가 이끄는 대로 조그만 횟집으로
갔죠. 풍성하게 차려진 한 상. 맛나게 먹었습니다. 술도 많이...
저녁을 거하게 먹고는 부둣가를 구경하다가 발견한 어선. 그물 정리를 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았는지,
쪼그리고 앉아서 아주머니랑 한참을 얘기했습니다. 나중에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그 아주머니가 굉장히 귀찮아 하는 표정이었는데,
거기서 무슨 얘기를 그리 오래 했냐?" 흠... 사실 뭔 얘기 했는지는 잘 기억 안납니다. "많이 잡으세요~" 밖에는.
다음 날은 진해에서 후배의 결혼식이 있는 날. 경주에서 진해는 그리 먼 거리라고 할 수는 없으나, 대부분 늦잠을 잔
관계로, 예식에 조금 늦었습니다. 카메라를 차에 두고 내리는 바람에 사진도 한 장도 없고. ㅠㅠ 어쨌거나 "정민아 결혼
축하한다! 잘 살아아!"라는 비디오 메시지를 남겨주고, 남해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네비게이션에 근처 바닷가를 입력하고는 남해의 경치를 보러 갔죠. 무슨 환경 공원 같은 것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납니다. 카메라는 역시 차에 두고. ㅠㅠ
네이트 드라이브에 근처 맛집을 검색해서 곰탕을 한 그릇 먹으러 갔습니다. 진해 시내의 곰탕집이었는데, 아주 오래된
'일본식' 주택이었습니다. 멋진 정원도 있는. 곰탕의 맛도 참 좋더군요. 네이트 땡쓰! (사진은 있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패스)
점심을 먹고 부터가 이번 여행의 가장 난코스였습니다. 예상 소요시간 6시간. 진해 > 안면도. 사실 이번 여행에 내건
것은 '진해 결혼식'이었지만 주목적은 '안면도 대하'였던 만큼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기도 했죠.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는 길.
그 주행은 밤까지 계속 되었고(위에 올린 사진이 야간 주행의 증거사진입니다), 안면도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안면도는 완전 주차장이었습니다. '대하축제' 기간에, 그것도 주말에는!! 절대로 안면도를 찾지 마시기 바랍니다. 네비게이션으로 샛길까지 철저하게 찾지 못했더라면 12시 이전에 숙소에 도착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안면도의 대하는 끝내주게 맛있었습니다. 가게 언니가 대학 동창과 닮았다는 이유로 들어간 집에서 대하 2kg을
먹었습니다. 10마리 정도는 회로 먹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더군요. (사진 없는 거 너무 아쉽다. ㅠㅠ. 카메라는 숙소에.
엉엉)
다음 날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운전했던 창욱이에게 좀 미안했습니다. 계속 잠만 자는 바람에 ㅡ.,ㅡa 어쨌거나
연휴에 여행을 가면, 마지막 날에는 아침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길 전혀 안막히고 서울 도착! 친구 한 녀석을 죽전 휴게소에
떨구고, 서울 암사동에서 여행의 막이 내렸습니다.
오랫만에 함께했던 친구들도 좋았고, 맛난 거 많이 먹어서 좋았던 여행이었습니다. "경주의 재발견, 대하는 역시!" 정도가 10자 여행 후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