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다녀온지가 언제라고 또 다녀왔네요. 딱 3주만인가 봅니다. 연휴도 많고, 날씨도 좋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이번엔 당일치깁니다. 하지만 사진은 더 많네요. 장장 3편에 걸쳐 올릴 겁니다. 사진 압박 심하니 각오 하십쇼. -0-
오전 9시 출발. 전날은 술 안마시고 나들이 준비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과음. 결국 30분을 지각했습니다. 하루종일 그걸로 구박 받았어요. 아마 지각 안했으면 다른 걸로 구박 받았겠지만 말이죠.
어쨌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연휴 첫날이라 그런지 차도 살짝 막히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그다지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떠난다는 것은, 달린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죠. 술이 좀 덜깼지만 그래도 Go! Go!
저의 지각 때문에 일정보다 30분 늦게 아점을 먹었습니다. 양수리의 상해 동충하초 뽕잎 해물손칼국수. 이름 한 번 거창합니다. 칼국수 면발에 뽕잎 가루와 동충하초 가루(또는 누에 가루?)를 넣어 반죽했답니다. 면발의 양쪽이 서로 다른 색을 내는 희안한 칼국숩니다.
해물파전에도 뽕잎 가루를 넣었나봅니다. 색이 녹색이예요. 큼지막하고 맛있습니다.
칼국수도 괜찮았습니다. 국물도 시원하고요. 면을 휘젓는 중이라 잘 안보이시겠지만, 잘 보시면 좀 누런 색의 면이 있고, 녹색인 면이 있습니다. 그게 서로 다른 게 아니라 한쪽면은 누렇고, 한쪽면은 녹색인 겁니다. 눈 크게 뜨고 잘 보시면 보일 거예요. 착한 사람한테만 보인다는 얘기도 있어요.
배터지게 먹고 또 달립니다. 이번의 목적지는 두물머리. 아마도 양수대교를 건너는 즈음의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양수대교. 3주전의 여행에서 길을 헤맨 추억이 있는 다리입니다. 다른 다리는 다 잊어도 양수대교는 못 잊습니다. 어쨌든 그 양수대교를 다시 건넙니다.
뭐 거의 두물머리를 대표하는 사진이라고 봐도 되겠죠. 아마 제 필름들도 잘 뒤져보면 이런 컷 많이 있을 겁니다. 단 날씨나 시간들은 좀 다르겠죠. 음... '그럼 필름으로 보여줘바!' 하신다면... 어처구니 없게도 다 잃어버렸습니다. 필름 정말 귀찮아요. 현상하고, 인화하고, 스캔하고... 그래서 요즘은 잘 찍지도 않습니다.
두물머리 한 가운데에 있는 나무예요. 아주 커서 28mm 인 제 카메라에는 다 안들어오네요. 훨씬 더 광각이어야 다 담을 수 있겠습니다. 어쨌든 바람도 많이 불고 약간 쌀쌀한 날씨입니다. 요 때까지는 아직 두물머리에 사람이 별로 없을 때입니다. 좀 시간이 일렀으니까요.
잠깐 조류 독감 경고문 보고 '흠칫!' 놀라고,
여전히 궂은 날씨에도 조금 섭섭하긴 합니다만, 서울에서 떨어져 있다는 것. 일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받습니다. 사실 나들이 당일엔 날씨에 대한 불평이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나중엔 더 화창해졌거든요. 사진 들여다 보니까 조금 아쉽긴 하네요.
두물머리에 고인돌이 있었나?
있네요. 고인돌. 그 동안은 왜 못봤을까요. 그래서 괜히 한 장. 사실 이런 컷들은 똑딱이 디카 아니면 잘 안찍게 되는 컷들.
이런 것도 그렇죠. 몇 장 앞의 사진에 나왔던 그 커다란 나무는 우리의 발자취를 원하지 않는답니다.
그 동안 몇 번 가봤지만 산책로를 걸어보기는 처음입니다. 주로 새벽에 일출 찍으러 갔었기 때문에 해가 뜨면 카메라 장비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거든요. 낮에 가니까 좋은 점이 있네요.
구정물(한강쪽 아니고 반대쪽의 저수지입니다)위에 돌돌말린 연잎(맞나요?)도 보이고요.
한강 위에는 외래어종 포획단원님들이 외래 어종을 포획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외래 어종들이 토착 어종들을 다 잡아먹어 버려서 생태계를 위협하나 봅니다. 당연히 이곳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서 낚시가 금지되어 있는 곳이겠죠? 그래서 저렇게 깃발도 달고 다니시는 것 같습니다. 몇 번 카메라를 들이대니 카메라를 의식하시길래 다른 데 찍는 척하고, 의식 안하실 때 찰칵.
산책로를 걷다보니 갈대(억새? 구별 어떻게 하죠?)밭이 조금 있더라고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마당에 꼭 가을 같은 분위기가 나는, 좀 뜬금없는 사진.
쓸쓸한 분위기 한 장 더 갑니다(마음이 쓸쓸해서 그런가;;). 요런 벤치도 곳곳에 있더군요. 벤치 뒤편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는 직접 딸기를 따서 먹을 수 있는 체험 농장(?) 같은 곳입니다. 저기서 찍은 사진도 좀 있어요.
커다란 나무에 핀 꽃들. 색이 참 예뻤습니다. 향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팝콘 같은 꽃도 있어요. 도대체 초점을 어디다 맞춘 건가 싶습니다. 이 사진 보면서... 역시 뷰파인더 들여다보고 렌즈 직접 돌려서 초점 맞춰야 되는데! 하는 생각 들었습니다.
산책로의 끝(?)에 저런 다리가 있더군요. 팝콘 닮은 꽃과 함께.
좀 분위기 내서도 찍어봤습니다. 좀 있어 보이나요? 아님 말고요;;
봄은 봄이더군요. 여기저기 꽃들이 흐드러집니다. 훨씬 더 많은 꽃들을 찍었는데 워째 도무지 마음에 드는 게 없습니다. 초점이 나갔거나, 구도가 엉망이거나. 역시 수련이 한참 더 필요합니다. 쩝.
엔젤's 트럼펫? 엔젤's 파이프? 아, 이름 알았는데 까먹었습니다. 여튼 처음 보는 꽃도 있더군요. 아까 벤치 사진 건너편의 체험 농장 마당입니다.
꽃 안 쪽에 거미도 한 마리 나들이 나왔네요.
마당에는 우물(?)이 있더군요. 애들이 물 퍼올리는 게 신기한가 봅니다. 서로 차례 기다려 가면서 한 번씩들 해봅니다. 표정들도 재밌고요. 똑딱이 카메라로 잡기는 참 힘들더군요. 초점 맞추는 시간도 한참 걸리고. 이럴 땐 역시 SLR이어야 되는 건데 말이죠. 그것도 수동으로요. 쩝쩝.
아마도 체험 농장은 체험비(?) 비슷한 걸 지불해야 되는 거겠죠? 하지만 꿋꿋한 우리의 용사들은 딸기를 따오더군요. 저한테도 하나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맛있었어요. 사진 제목은 훔친 딸기가 더 맛있다?
두물머리 산책로는 그렇게 그렇게 타박타박 걸으니 여유로운 곳이었습니다.
끝이냐고요? 아닙니다. 멋쟁이 미카짱이 멋진 도시락을 싸왔어요.
예쁜 피크닉 바구니에 깔끔하게 자알~ 만들어 왔더군요. 하지만 전 못 먹었습니다. 흑. ㅠㅠ 아쉬워라. 그렇게 두물머리 산책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는 드디어 꼬기를 구워먹을 장소입니다. 아싸라비야!
두물머리 주차장을 떠나기 직전. 이런 집이 보이더군요. 실제로 이런 음침한 분위기의 집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잘만 만지면 이렇게도 느낌을 낼 수 있군요. 역시 사진을 믿으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