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이었군요. 오랜만에 와넨죠(Wine Njoy)의 토끼들이 뭉쳤습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한 번씩 모여서 서로 안부도 확인하고, 그동안 살아왔던 얘기도 나누면서 친분을 다지지요. 대략 15명 정도의 인원이 모일 뻔했으나 다들 생업이 바빠서 8명의 친구들이 모였네요.
참석했던 토끼들은 농민군, 누리, 드리머, 몽상환자, 카스, 혈월 그리고 저. 카스와 함께 참석해 좌중의 염장을 질렀던 아미가 있네요.
모임 장소는 역삼동 LG 아트센터 뒤에 새로 오픈한 보나뻬띠(Bonappetit). 불어로 '많이 드십시오'라는 말이랍니다. 강남역과 신사동에 이어 또 분점을 냈네요. 오픈 기념으로 30% 할인이 되는 중이라 저렴하게 많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가는 그리 싼 편은 아닙니다. 음식 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습니다. 이웃에게만 공개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음식 사진은 몽상환자의 블로그로 가면 볼 수 있습니다.
Pere Ventura Brut Reserva, N/V (Spain) Tasca d'Almerita Leone d'Almerita, Sicila 2006 (Italy, →) Chateau Saint Martin de la Garrigue Cuvee Bronzinelle, Languedoc 2005 (France, →) Haciendas Durius Tempranillo Alto Duero, 2003 (Spain, →) Cono Sur Reserva Cabernet Sauvignon, Maipo Valley ???? (Chile, →) Don Simon Seleccion Tempranillo, ???? (Spain, →) Concha y Toro Trio Reserva Cabernet Sauvignon, Maipo Valley 2006 (Chile, →) Chateau Haut-Bages Averous, Pauillac 2002 (France, →) Fenac Sparkling Grape Juice (Spain)
모인 인원은 8명. 와인도 8병. 그리고 추가로 무알콜 스파클링 포도쥬스가 한 병이었습니다. 마신 순서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뼤레 벤츄라와 레오네를 먼저 마신 것만은 확실합니다. 나머지는 순서 상관없이 나열했습니다;;;
얼마 전 세일할 때 잔뜩 사 둔 뻬레 벤츄라. 산도가 적당히 있어서 식전주로 참 좋습니다. 얼마 전 양평에 놀러가서 계곡에 칠링했던 바로 그 까바입니다. 가격 훌륭하고 맛도 훌륭합니다. 참고로 이날 마신 대부분의 와인은 비슷한 가격대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 한 병만 제외하고.
관련 홈페이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습니다. 뻬레 벤츄라 브뤼 네이쳐나 브뤼 임페리얼은 여기저기 보이는데 왜 이리 브뤼 리저바만 없는 건지... 어쨌거나 스파클링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참 마음에 드는 녀석입니다.
이탈리아의 IGT인 레오네. 시칠리아 토착 품종인 카타라토(Catarratto)와 샤르도네의 블랜딩입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카타라토가 주품종이고 소량의 샤르도네를 섞는다고 하네요. 토끼들의 특성상(?) 아주 빠르게 마셔버려서 제대로 맛보진 못했지만 특이한 맛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색다르진 않고 평소에 마시던 화이트들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맛입니다. 천천히 다시 마셔보고 싶네요.
이름이 좀 깁니다. 그러니 대충 알아서들 읽으시고;;; 랑그독 지역의 와인입니다. 쉬라, 그라나슈, 무르베드르(Mourvedre) 그리고 까리냥(Carignan). 총 4 종류의 포도가 블렌딩 됐습니다. 병 모양을 보고는 보르도 스타일의 맛을 연상했으나 오히려 느낌은 샤토네프 뒤 파프의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쉬라와 그라냐슈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랑그독 와인을 멀리했다는 티가 팍팍 느껴집니다. 순서상 꽤 앞서서 마셨는데, 뒤로 좀 뺐어야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향이 좀 강했거든요.
듀리우스는 친구들의 평에 의하면 유명한 스페인 와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마셔보니 아주 편안하고 좋더군요. 이 날 마셨던 와인 중에 개인적으로는 베스트입니다. 물론 잘 만들어진 와인을 고르라면 마지막에 마신 랭슈 바쥬의 세컨이겠지요. 확실히 밸런스가 뛰어나더군요. 하지만 마시기 좋았던 와인은 듀리우스였습니다. 물론 스파클링과 화이트를 제외하고요.
뒤에 템프라닐료가 주품종인 와인이 하나 더 나오는데 둘의 차이가 확연합니다. 듀리우스는 템프 100%. 뒤에 마신 것은 자료를 못 찾았습니다. 혹시 블렌딩의 차이일까요?
꼬노 수르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강추 데일리 와인입니다. 고기와 함께라면 멋진 선택이죠. 칠레 까쇼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건 리저바. 훨씬 정리되고 안정된 느낌이 느껴집니다. 편안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느낌입니다. 뭐 자세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의 와인이죠.
듀리우스와 전혀 다른 맛을 냈던 템프라닐료 와인입니다. 스페인의 와이너리인 것 까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와인의 정보를 찾기는 힘드네요. 이 와인은 굉장히 까쇼스러운 느낌입니다. 동물적인 향기도 강하고요. 듀리우스와 이걸 마시면서 품종을 맞춰본다면 절대 같은 품종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역시 와인의 세계는 오묘하지요.
지난 번 토끼 모임에 이어 다시 한 번 등장한 트리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맛 때문에 별로 선호하지 않는 와인이긴 합니다만 괜찮은 와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매번 등장하는 걸보니 토끼 중에 이 와인을 좋아하는 녀석이 있나봅니다.
와인을 준비한 녀석이 많이 늦는 바람에 해가 져버려서 사진이 별로 안 좋지만, 이 모임에서 마신 와인 중 밸런스가 가장 좋았던, 가장 고가의 와인인 샤토 오 바쥬 아브로입니다. 뽀이악의 5등급 샤토인 랭슈 바쥬의 세컨 와인이죠. 까쇼와 멜로의 블렌딩입니다. 게다가 지금이 딱 시음 적기인 2002년 빈티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지 못해 자신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지는 못했겠지만 충분히 좋은 와인이었습니다.
신인 가수들이 재롱잔치 열고 있는데 뒤늦게 등장한 중견 가수 같았달까요. 하지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취향은 오히려 신인 가수 중의 하나였습니다. 품위있는 노래가 마음에 든는 노래이지만은 않지요. 물론 좋은 와인이라는 점은 인정. 덕분에 세컨 와인에 대한 관심이 또 증폭됐습니다. 최근 와인을 마시는 모임에서 제 관심을 끌었던 와인들이 대부분 유명 샤토의 세컨들이었거든요.
이건 마지막에 마신 스페인의 스파클링 포도 쥬스. 말 그대로 쥬스였습니다. 호로록~~ 원샷으로 입가심하고 일어났네요.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잘 안납니다. ㅠㅠ
아래는 보나뻬띠에서 찍은 사진 몇 장.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조금만 올립니다.
아직 모두 모이기 전입니다. 칠링하고 있는 와인들도 보이네요. 다리와 손이 살짝 보이는 건 누굴까요?
괜히 한 장. 전등이랑 의자가 분위기있어 보였달까...
이것도 역시 괜히. 하얀 돌맹이들이 귀여웠는데 그것만 찍으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위에 조명을 하나 넣었습니다.
이후 역삼 초등학교 앞의 더 라멘으로 자리를 옮겨서 신나게 먹고 난 다음의 사진입니다. 왠지 모르게 음식 사진보다는 이런 사진이 더 좋습니다. 정갈한 음식 사진은... 예전에 일하면서 하도 찍어서 그런가;;; 이런 사진이 훨씬 사람 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와인 레이블 사진은... 사실 메모 대신입니다. 저렇게 복잡한 와인 이름을 모두 외울 수도 없잖아요. 자료로 남기기 위해서 웹서핑을 하려면 레이블 구석에 있는 조그만 글자들도 힌트가 될 때가 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것이 확실합니다.
어쨌든 이 날도 2차에서 마무리됐습니다. 요즘 토끼들이 아주 건전하게 노는 것 같아요. 그럼 다음 번 모임을 기약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