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올립니다. 지난 2월 16일~17일. 1박 2일로 동해를 보고 왔습니다. 작년부터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귀에 못이 박혀버린 토끼 친구들이 결국 스케줄 기획하고, 멤버를 정해서는 저를 불러 주더군요! 멋진 녀석들! 특히 전체를 기획하고 숙소 예약 등을 모두 처리해준 드리머 치선군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시하고 싶습니다.
네, 당연히 말로만 입니다.
물론 같이 가준 모든 친구들과 남정네들만 가면 심심할까봐 분위기 부드럽게 만들어준 특별 게스트 두 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자, 그럼 사진과 함께 후기 시작합니다. 사진 압박 심합니다.
( all photos with Leica D-Lux 3 )
우선 압구정에서 모여 출발했습니다. 배고프니까 뭣 좀 먹고 가야죠. 양평에서 순두부를 먹었습니다. 이것저것 시켜서 막걸리까지 한 잔하니 여행기분이 팍팍 생겨납니다.
달렸습니다. 제가 특별 제작한 CD를 들으면서 달렸습니다. 물론 CD에는 신나게 달릴 때 듣고 싶었던 노래들만 골라 넣었습니다. 오랜만에 떠나는 길이었거든요. 초등학생 소풍가는 기분처럼 완전히 들떴습니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풍경이 달라집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강원도는 확실히 산세가 멋집니다.
네비게이션을 잘 보고 달렸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녀석이 말을 한 마디 잘못했습니다. '여기서 좌회전 같은데?'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좌회전했습니다. 결국... 양양으로 못가고 속초쪽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목적지는 양양의 솔비치였는데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녀석은 바로 접니다. 계속 욕을 먹으면서 속초에서 양양쪽으로 길을 틀었더니 대포항이 보이네요. 새우튀김을 사가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실천해야죠. 대포항에 잠깐 들렀습니다.
위의 사진들은 대포항 주차장에서 바라본 바다입니다. 아~ 이게 정말 얼마만의 바다인지!!
사진 좀 찍다가 대포항 시장 골목으로 들어섭니다. 뭐랄까 시장은 역시 흑백의 느낌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새우 튀김을 파는 포장마차.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갓 튀긴 새우 튀김의 맛은... 여행의 기분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최곱니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일단 솔비치로 오지말고 하조대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어차피 저녁 먹을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경치 구경하자는 거죠. 그리고 제가 사진 장비를 바리바리 싸들고 갔기 때문에 사진도 좀 찍으라는 배려가 있었을 겁니다. (필름 카메라로도 잔뜩 찍었는데... 그건 정말 언제 현상할지 모릅니다;;)
하조대는 별로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경치는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 불어오는, 약간은 차가운 바람. 한참동안 셔터를 눌렀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수동 카메라의 셔터소리는 스스로를 더욱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해가 산 뒤로 넘어갑니다. 뭐랄까요... 해가 떠오르면서 생기는 붉은 빛의 하늘도 좋지만, 저는 역시 해가 질 때의 붉은 빛이 좋습니다. 일출의 붉은 하늘은 도도하고 고귀해서 도무지 보기가 힘들지만, 일몰의 붉은 하늘은 언제든 날씨만 좋으면 볼 수 있는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아, 물론 해가 지면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 건가요? (뭐 언제는 시간 같은 거 가렸냐?)
Billecart-Salmon Brut Reserve NV Sirius 2002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의 횟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죠. 이 때 함께한 술은 위의 녀석들입니다. 와인 잔도 준비되어 있더군요. 둘 다 칠링이 제대로 안된 것이 안타까웠지만 맛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준비해간(강조!!) 샴페인의 실키한 느낌이 참 좋더군요.
하지만 제가 준비해간(또 강조!!) 샴페인보다 더욱 멋졌던 것은 바로 마지막 사진에 있는, 이름도 모르는 녀석입니다. 레이블을 보니 '몰도바'라는 나라에서 만들었더군요. 저걸 준비해 온 녀석은 처음엔 '보드카'라고 했습니다만... 색깔이 일단 투명하지 않은 것이 수상했습니다. 마개를 열어보니 어라? 마개가 코르크입니다. 일단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독하더군요. 하지만 피어오르는 코코아향. 그렇게 진한 코코아향을 풍기는 독주라니. 결국 우리는 결론 내렸습니다. 이건 꼬냑이다. 게다가 이 실키한 느낌과 진하게 올라오는 코코아를 보니 아주 좋은 등급의 꼬냑인 것 같다. 이렇게 결론내리고 나니 레이블에 포도가 그려진 것이 보였습니다. -0- (아직도 저 녀석의 정확한 정체는 모릅니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제보 부탁드립니다!!!)
음식은 아주 멋졌습니다. (참고로 이번 여행에서 음식사진은 한 장도 찍지 않았습니다. 다른 녀석들이 멋지게 찍었을 테니까요. ^^) 먼저 잘 숙성된 광어회. 정말 그렇게 맛있는 광어는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리고 해삼, 멍게 등의 해물 모듬. 그리고 펄펄 살아서 날뛰는 꽃새우를 회로 먹었습니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것이 아니가 싶습니다. 그 고소함과 달콤함이란!! 다음으로 복 사시미가 나왔습니다. 아주 푸짐했죠. 마지막은 복지리가 장식했습니다.
저녁을 먹었던 횟집은 음식도 좋았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밤바다. 그렇습니다. 밤바다 였던 거죠.
저녁을 먹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곳은 솔비치의 라오텔. 네. 그렇습니다. 호텔이었습니다. 제가 언제 호텔 같은 데서 묵어보겠습니까? 괜히 로비도 한 장 찍었습니다. 새로 지어서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방에 돌아와서 본격적인 술판을 벌였죠. 먼저 모스카토 다스티를 한 잔씩 마시고(사진이 없네요 ㅠㅠ), 잭콕을 쉴 새 없이 말았습니다. 즐거운 대화. 음악! 그렇습니다. 음악도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팟용 휴대용 스피커를 가져갔거든요. 제 아이팟에 가득 들어있는 음악들도 계속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솔비치는 사유 해변(맞는 단어인가요? 여튼 솔비치 고객만 갈 수 있는 해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이 차가웠지만 파도 소리는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바로 그 기분. 그 기분 때문에 바다를 자꾸 찾게 됩니다. 사방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자그마한 섬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사진을 찍으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바다. 겨울 바다. 파도 소리구나... 하고 말이죠.
(사실 새벽에 일출을 찍겠다고 쑈를 좀 했습니다. 결국 저는 잠들어 버리고 친구 녀석 혼자만 일출을 찍었죠. ㅠㅠ)
체크 아웃 하기 직전에 찍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방은 220호 였습니다. 라 오텔(La Hotel)의 220호.
일요일 점심. 저희가 급하게 숙소를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속초에 들렀습니다. 점심 대접을 하려고 했죠. 그분들이 데리고 가주신 곳은 아바이 마을에 있는 단천 식당이었습니다. 냉면과 순대로 유명한 집이죠. 벽에 둘러져있는 사진들을 보면 얼마나 유명세를 타고 있는 지 짐작이 갑니다.
냉면, 아바이 순대, 오징어 순대 등을 먹었습니다. 약간 달콤한 육수였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니 군침이 도는 군요. 순대도 부드럽고 좋았고요.
단천 식당 근처에는 가을 동화 촬영지가 있었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것이 '갯배'라는 건데, 아주 단순하게 양쪽편에 밧줄을 묶어두고, 커다란 널판지(?)를 띄워 손으로 밧줄을 당기는 힘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배 자체는 정말 볼 게 없습니다.
하지만 그저 그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흑백으로 한 장.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화암사에 들렀습니다. 화암사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눈이 녹지 않아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화암사에 도착하니 멋진 찻집이 있더군요. 깎아지는 절벽 위에 지어진 찻집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가 서울로 향했습니다.
서울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맛있는 음식과 너무 편안한 숙소.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건 멋진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