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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8

38. 뻔한 번화가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 신주쿠, 가부키초, 고르덴가이

신주쿠(新宿), 시부야(渋谷), 하라주쿠(原宿) ... 도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었지만 대충 이런 곳들이 번화한 곳이라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은 적이 있다. 사람 많고 네온사인 가득한, 뻔한 느낌의 번화가. 어떻게 생각해도 내 취향은 아니다. 비슷한 이유로 서울에서도 명동이나 강남역은 잘 가지 않는다. 일본 친구들이 서울에 왔을 때도 될 수 있으면 그런 동네는 추천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도쿄라는 도시에 처음 온 것이긴 해도 이런 번화가는 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일본 친구들이 한국에 오면 반드시 명동을 함께 가자고 한다. 그들에겐 명동을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거다. 결국 나도 신주쿠를 가야 하는(?) 이유가, 신기하게도 생기더라.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쇼핑.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기..

14. 활화산 주위의 풍경을 돌아보는 아소산 드라이브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봤다. 쨍~ 한 하늘. 어라? 웬일이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태풍이 지나간 다음이니 공기가 깨끗할 수밖에.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는 건가? 그러고 보면 사세보에 도착했던 날 비가 내렸는데, 덕분에 다음 날 아주 쨍한 쿠쥬쿠지마를 볼 수 있었다. 오늘 비가 오는 것이 내일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뻔한 교훈. 지난번에 왔을 때 마음에 들었던 호텔이라 조식이 궁금했다. 요즘 부쩍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 오늘은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날이라서, 겸사겸사 조식을 포함했다. 생각보다 훨씬 퀄리티가 높은 조식이었고, 음식들이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해서 아침부터 과식을 하고 말았다. 뭐 덕분에 중간에 군것질 같은 거 없이 장거리 운전을 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잘한 짓. 조식을 먹..

7. 후쿠오카에서 사세보로

오랜만에 느지막이 일어났다. 피곤이 쌓여있던 것일 수도 있겠다. 호텔을 나서는데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치길래, 워낙 셀피를 찍지 않는 사람이지만 나의 여행 복장을 한 번 찍어둘까? 하는 마음으로 한 컷 남겨두었다. 가벼운 흰 티셔츠와 편안한 청바지 그리고 언제나 나의 여행을 함께하는 줄무늬 빅백. 여행을 시작한 곳이 저~ 먼 남쪽의 오키나와 미야코섬이다 보니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있었는데, 10월 중순에 접어든 큐슈는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고 있었다. 어차피 여행 일정이 초겨울까지 이어질 거라서 여행 중간에 외투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출발했는데, 그 시점이 좀 빨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호텔을 나서서 곧장 캐널시티(↗)로 발걸음을 옮겼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서 외투를 ..

5. 해변 드라이브 & 미야코 블루

5박 6일의 미야코 제도 일정이 거의 끝나간다. 드디어 마지막 날. 이제 내일이면 나하 공항을 거쳐 후쿠오카로 넘어간다. 날씨가 그리 좋진 않았지만 미야코와 주변 섬들도 대부분 돌아다녔다. 오늘은 뭘 해야 할까? 아침에 일어나 숙소의 옥상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도 변화무쌍한 날씨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이 보인다. 그래, 오늘은 바다를 실컷 보자. 며칠 전에 히비스커스 호텔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함께 돌아다닌 이라부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건 어떨까? 당시는 고베에서 온 형님을 따라다니느라 내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으니까. 특별한 목적지를 가지고 출발하지는 않았다. 일단 이라부섬으로 넘어갔고, 해안가를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처음 차를 세운 곳은 후나우사기바나타(フナウ..

3. 어색한 3인방의 하루

별생각 없이 일찍 일어났다. 물론 평소의 나에게 이르다는 뜻이다. 아마 평균적인 여행객들이라면 훨씬 더 일찍 일어나 하루를 서둘러 시작하고, 더 많은 곳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먹으려 하겠지. 하지만 나는 여행할 때 그리 서두르지 않는 편이다. 숙소를 예약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스케줄도 미리 짜두지 않는다.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편. 아침 바람을 쐬러 숙소의 마당에 나가보니 어제 만났던 교대생이 휴대용 기타 - 울림통이 없고 지판만 있는 기타 - 를 퉁기고 있다. 뮤지션이 꿈이라더니 음악적인 영감을 얻기 위한 여행을 떠나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 한 명, 고베의 서버 프로그래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셋이서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으니 좀 더 기다려야 할 분위기. 교대생에게 가까운..

1. 서울에서 미야코섬까지

사실 이번 여행에 미야코섬을 들르는 것은 비용 낭비가 심한 일이었다. 직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없는 곳이라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원래 계획보다 비용이 많이 추가되기 때문. 하지만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미야코섬은 그동안 가보고 싶어 했던 섬이기도 했다. 7년 전에 오키나와를 여행할 때 이리오모테, 이시가키, 타케토미, 자마미 등 여러 섬을 들렀었는데 '미야코 블루'로 유명한 미야코섬은 미처 들르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침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특가 비행기 표가 있었다는 것도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인천발 나하행 항공편이 편도 9만 원대. 일본 국내선인 나하발 미야코행 항공편이 8만..

0. 프롤로그

원래 계획은 스페인이었다. 바르셀로나냐 마드리드냐 아니면 아예 작은 소도시냐 고민과 검색을 하고 있었다. 두 달에서 두 달 반 정도를 예상했다. 세 달은 무비자로 체류하기에 좀 아슬아슬해 보였으니까. 집을 하나 빌려 여행이 아니라 짧게 살아보는 기분을 느끼면서 가끔 차를 렌트해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는 걸로. 아, 이 소심한 마음은 걱정이 하나 생겼다. '국내 운전과 해외 운전은 다르겠지? 게다가 해외에서 렌트를 해본 적도 없잖아?' 정말 이유는 그거였다. 해외라고 하더라도 일본은 매우 익숙하니까 렌트도 연습해봐야지! (사실 이 시점에서 이미 에러다. 일본은 운전대가 반대에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저기 들은 바에 의하면 좌우 반대인 운전이 그리 헷갈리진 않는다고 하길래...) 생각의 물꼬가 한 방향으로 ..

첫 교토 여행의 기억

2015년이었다. 일도 재미없고 일상에 찌들어 - 아, 이런 지겹도록 평범한 표현이라니 -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업무 시간에 동생들과 메신저로 얘기를 하다가 언제나처럼 '아~ 훌쩍 떠났으면 좋겠다~'라고, 말 그대로 별 의미없이 한 마디를 던졌다."오빠! 교토 가세요!"같이 얘기하고 있던 동생 중 하나가 강력하게 추천했다. 아니 추천의 수준이 아니었다. 명령이었다. "꼭! 가세요. 오빠는 교토를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 휴가도 있잖아요. 무조건 가세요!" 너무나 강력한 추천 아니 명령에 책상 아래로 빠져들 것 같이 흐물거리던 자세를 똑바로 고쳐 앉았다."그렇게 좋아?"말이 필요 없다고 했다. 무조건 떠나라고 했다. 바로 비행기 표를 알아봐 주었다. 그러더니 사이트를 하나 알려주고는 호텔을 빨..

Travel, Places 2018.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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