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30일차 - 제주, 양가형제, 쇠소깍

zzoos 2018. 12.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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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강수량이 꽤나 됐던 모양이다. 차를 끌고 다이빙 샵으로 가는 내내 '오늘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좀 불안불안했다. 아니나 다를까, 샵에 도착했더니 선생님이 왜 전화를 안 받느냐고 하신다. 오늘은 배가 뜰 수 없어서 펀다이빙을 할 수 없겠다고 하신다. 그래서 안 와도 된다고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더라고.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뭐 어차피 매일매일 마음 내키는대로 지내고 있긴 했지만, 미리 계획해놨던 스케줄이 취소되니 하루가 붕 뜬 것 같은 느낌. 숙소 쥔장 아저씨랑 모닝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던 쥔장 아저씨의 작업실.



오늘도 직접 만드신 드립 거치대(?)를 이용해 커피를 내려주신다.



작업실에는 당구대도 있어서 묵는 동안 몇 게임 쳤었는데, 아저씨도 잘 치시는 건 아니라서 실력이 비슷비슷했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기억.


그렇게 제주로 내려와서 자리 잡는 얘기, 서각 작업하시는 얘기, 커피 얘기 등등 한참 수다를 떨고, 방으로 돌아와 뒹굴 거리다가 점심 시간을 살짝 넘긴 시점에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아침도 먹지 않았는데 왜 이리 늦게 배가 고파온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점심 메뉴에 대한 고민.


좋았어! 오늘은 수제 버거를 먹어보자!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서귀포 즈음에도 가게들이 있지만, 마음에 든 가게는 저 멀리 한경면 청수리에 있는 양가형제(). 지도 앱으로 시간을 계산해보니 대략 한 시간 30분이나 가야하는 거리다. 하지만 뭐 어떤가, 나에겐 남는 게 시간인데!



부지런히 달려서 가게 앞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영업 시간을 살펴보니 오후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다. 오, 여유롭진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시간에 도착했다고 생각하고 가게에 입장. (위 사진은 나올 때 찍은 거라 시간이 좀 다르다)



주문을 하려고 했더니... 바로 앞에 단체 손님이 있어서 더 이상 주문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지만 해당 주문을 처리하고 나면 그 시간이 지날 거라서 오늘은 조금 일찍 주문을 마감한다고.


에? 아직 2시 15분 밖에 안 됐는데... 난 자그마치(?) 한 시간 삼십 분이나 운전을 해서 달려왔는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좀더 해봐도 강경하다. 그렇다면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4시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배가 고파서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낙심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다보니 다른 손님 두 분이 더 들어온다. 역시나 나와 같은 상황.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조른다. 두 명 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안 되겠냐며 귀여운(?) 생떼를 쓰기 시작하니 어쩔 수 없었는지, 그렇다면 나를 포함해서 딱 3개만 더 주문 받고 마감하겠다고 한다. 오~ 덕분에 나까지 세이프



메뉴를 보니 BLT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기에 경버거를 주문했더니 어니언링을 추천하기에 밀크쉐이크와 함께 주문을 하는데, 계속 3시부터는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그 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워달라고 강조한다. 뭐랄까... 조금 빈정 상한달까. 어쨌든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바로 앞에 단체 주문이 있다고 하더니 정말 꽤 오래 걸려서야 햄버거가 나왔다. 3시까지는 자리를 비워줘야하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20분. 기분이 조금 상해있던 터였는데...



햄버거를 먹어보니 허허, 이건 기분 좋아지는 맛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음식을 별로 먹지 않아서일수도 있겠지만, 대단히 맛있게 먹었다. 어니언링도 '아하, 이래서 추천하는 구만?' 싶을 정도로 꽤 괜찮았는데, 그냥 내가 어니언링 보다는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타임이 꽤(?) 멀었는데도 주문을 안 받으려 하고, 음식 먹을 시간을 너무 짧게 줘서 기분이 좀 상하려고 했는데 버거가 너무 맘에 들어서 그 모든 것을 싹 잊었다. 생각해보면 여유롭게 음식 먹을 시간을 주기 위해서 주문 마감을 일찍 하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곳은 나중에도 제주 여행에서 다시 찾는 가게가 됐다. 그만큼 괜찮았단 얘기.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나니 좀 걷고 싶어졌다. 마침 어제 비가 많이 내렸으니 계곡에 물이 많을 테고, 그러면 물소리도 시원하고 좋겠구나 싶어서 다음 목적지를 돈내코 계곡()으로 정했다.


사실 여행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무리 예쁜 바다라도 날씨가 좋아야 그 예쁨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물때가 맞아야 최상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계곡이나 폭포도 마찬가지로 물의 양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 풍경이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좋은 풍경'을 보고 싶다면 그때그때의 날씨나 상황을 포함해서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비가 많이 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계곡을 통제할 만큼 많이 온 줄은 몰랐다. 그냥 물이 좀 많아서 보기 좋을 정도일 줄 알았는데...



아쉬워서 돈내코 계곡 방면의 숲을 한 컷 찍고는 다시 주차장으로...


출입 통제 문구에 '상류 폭우로 인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하류는 상황이 어떻지? 아무래도 상류와는 상황이 다를테니 출입을 통제할 정도는 아닐테고, 상류에 이렇게나 많은 비가 내렸다면 하류에도 물이 많겠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목적지를 쇠소깍()으로 잡았다. 제주 여행을 머릿속에 그려볼 때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곳 중의 하나이기도 했고, 마침 오늘은 물이 많을테니까.



쇠소깍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역시 유명 관광지. 공영주차장도 여러 개 있었으나 다들 작은 데다가 이미 만차. 계속 길따라 들어가다보니 하효항 부근에 좀 커다란 주차장이 있다. 좀 걸어야 되긴 하지만 차를 편하게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 좋았다.








사실 쇠소깍에 처음 가보는 거라 이게 물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몰랐는데, 페이스북과 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더니 사람들이 '이렇게 물 많은 쇠소깍은 처음본다'는 반응들이라, '아~ 물이 많은가 보구나' 했다.



사실 쇠소깍에서 조금 위쪽으로 올라왔더니 이렇게 물이 없길래 '상류는 통제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는데 여기는 왜 이모양이야?' 라고 생각했으니..


어쨌든 이곳은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들도 많고 산책로 정비도 잘 되어 있었다. 그래서 기분좋게 걸어다니면서 소화를 시키다 보니 저녁 메뉴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


원래는 오늘 펀다이빙을 하고 선생님이랑 종강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펀다이빙이 취소됐다고 종강파티마저 취소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차를 넣어두고, 택시를 타고 표선으로.



샵에 도착했더니 선생님은 아직 제주시에서 볼일을 보고 계신다고. 덕분에 해비치 해수욕장을 천천히 둘러볼 시간이 생겼다.







설렁설렁, 한적하게 해비치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노을을 구경하다보니 선생님이 돌아오셨다고 하셔서 샵으로~



오늘의 저녁은 제주광어직판장 표선점(). 잘은 모르지만 양식 광어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2kg 이상의 대물을 키우지 않는데, 제주에서 양식하는 광어는 그 이상의 대광어를 양식하는 모양이다. 엄청 큰 대광어라서 '뻔한' 횟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꽤 맛있게 먹었다.


어디서 2차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편의점 앞의 야외 테이블을 선택! 선생님이 표선의 마당발이라 그런지 광어 직판장에서도 서비스를 엄청 잘 해주더니, 편의점 사장님이랑도 친구. 둘이서 마시고 있자니 사장님이 나와서 합석하시고 지나가던 아저씨도 합석하신다. 그래서 표선의 역사(?)에 대해서 제주분들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재밌는 시간. 표선에 가게가 그리 많지 않은데 다들 TV에 한 번 씩 나왔데요? 하고 운을 띄우니 또 TV 출연의 각종 뒷얘기까지. 역시 술은, 동네 사람들이랑 마셔야 제맛!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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